소니 컬러TV가 새해 벽두부터 국내 가전업체들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올초 백화점과 용산전자상가 등 주요 수입가전 유통시장에 등장한 77만원짜리 29인치 소니 컬러TV는 동급 국산제품중 가장 저렴한 대우전자의 29인치(모델명 DTQ-2975)의 권장소비자가격보다 2만4천원이 저렴하며 1백39만원짜리 34인치 소니컬러TV는 동급 삼성전자 제품(모델명 CT-3388)의 권장소비자가격보다 44만원이나 싼 가격을 내세워 순식간에 인기상품으로 부상했다.
소니의 TV는 주로 1튜너에 「PIP(Picture in Picture)」기능이 없는 보급형 제품으로 소니의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이다. 또 소니의 국내대리점인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가 공급하고 있는 29.34인치 제품을 제외하곤 대부분 화면 안내자막(OSD)이나 리모컨 등을 한글화하지 않은 상태로 공급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처럼 소니TV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소니」브랜드에 국산보다 저렴한 매력이 가미되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일본제품은 국산보다 당연히 비싼 것으로 인식해왔던 국내소비자들 앞에 등장한 염가형 소니제품들은 고급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겐 「가격파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소니TV의 대대적인 가격공세의 배경에 대해선 국내업체들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업계 일각에서는 소니TV의 저가공세를 지난해부터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수입가전업계가 박리다매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고 소니제품의 가격인하 추세가 장기화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소니제품을 공급하는 수입업체들이 국산 보급형보다 싸게 공급함으로써 일시적인 판매증대 효과를 노릴 수 있겠지만 수입업체들의 애프터서비스, 유통역량 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상용 대우전자 TV사업부이사는 『최근 책정된 소니제품의 판매가격은 단종제품이 아닌한 비정상적인 것』이라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품질, AS에 대한 기대수준을 감안할 때 소니의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종갑 삼성전자 국내영업본부 부장 역시 『소니의 브랜드 파워는 우려할만하지만 국내업체가 주력하고 있는 25.29인치 시장에서 단순 보급형으로 승부를 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프로젝션TV를 포함한 초대형 시장 잠식을 저지하는 데 국내업체들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소니제품의 저가공세를 일본의 소니가 국내시장을 본격적으로 잠식하기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육관수 LG전자 TV한국마케팅실장은 『소니가 한국시장에 여전히 일제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을 십분활용해 가격경쟁력을 높여 급속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면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국내업체 관계자들의 엇갈린 분석과는 달리 향후 소니제품의 가격인하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소니제품을 취급하는 30여개의 수입업체가 최근 짭짤한 재미를 본데 힘입어 수입물량을 대거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 지난해까지 고가격정책을 유지해왔던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 마져 권장소비자가격의 30% 이상 인하해주는 등 소니제품의 가격인하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소니제품의 가격공세에 대해 국내 가전업체들이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산 보급형 소니제품의 수입원가는 29인치가 7백달러(한화 59만원), 34인치가 1천달러(한화 85만원)선으로 관세를 감안하더라도 판촉 및 AS비용부담이 적은 수입업체들이 마진폭을 최소화하면 얼마든지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있다.
반면 국내 TV시장의 주력제품인 25인치 이상 대형제품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들이 미국산 소니제품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단시간내에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급시장을 노릴 것이라는 국내업체들의 판단과는 달리 일본업체가 국내 가전시장을 겨냥해 보급형 제품을 앞세워 가격공세를 퍼붓는다면 국내시장이 브랜드파워가 막강한 일본제품에 예상보다빠른 속도로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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