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외화 값올리기 경쟁

2,3년 전부터 영화가 다가올 21세기를 주도할 미래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올해도 이같은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반면에 영화산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국제시세에 비해 턱없이 비싼 값으로 외화를 사들이고 있다는 영화계 안팎의 비판 역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의 외화수입가 출혈경쟁이 이제 고질병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외화 값올리기 경쟁은 세계 영화산업의 흐름이나 국내 흥행시장 규모 등을 무시한 채 이뤄져 대작 한편을 수입할 때마다 막대한 외화를 날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미국영화수출협회에 의해 작성된 「국가별 수출가격가이드」가 알려져 한바탕 소동을 치른 적이 있다. 이 가이드에는 한국은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영화를 비싸게 팔아야 하는 국가로 되어 있다. 한국에 대한 기준가는 프랑스의 2배, 호주와 뉴질랜드의 3배, 대만의 8배,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17배 수준이라고 한다. 이 가이드가 정확하다면 국가별 인구나 영화관람료와 비교해볼 때 한국은 「세계 필름마켓의 봉」인 셈이다.

실제로 3백만달러짜리 외화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서울 개봉관에서 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수입영화 중 이 기준에 든 흥행작은 한편도 없었다. 소수 마니아 대상인 유럽 예술영화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실정임에도 대기업은 물량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추세다. 또 올해도 할리우드의 영화는 여름극장가를 휩쓸 전망이다.

영화산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외국 영화의 판권구매와 흥행만을 겨냥한 트렌드영화 제작보다는 우리 영화의 기술향상과 인력양성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에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차원의 대책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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