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황금시장을 잡아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디지털 이동전화 단말기 시장을 둘러싸고 공급사들간의 시장쟁탈전이 한층 치열해 지고 있다.
지난 해 1월 한국이동통신이 인천과 부천지역에서 시험 서비스를 개시한 뒤 4월부터 신세기통신과 더불어 일제히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 CDMA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가 쾌조의 출발을 보이면서 덩달아 단말기 시장도 급증하고 있다.
세계 처음으로 상용서비스된 CDMA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는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의 상용 서비스 개시 초기년도 가입자가 무려 80만명에 육박하는 등 초기 서비스가 불안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면서 차세대 이동통신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CDMA 단말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의 주요인은 정부가 한국이동통신, 신세기통신 등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가입자 확보 및 서비스 촉진을 위해 유통업을 한시적으로 허가함에 따라 실시한 할인판매 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업계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공급된 CDMA방식 디지털 이동전화 단말기는 모두 1백만대에 육박하는 98만대가 공급돼 약 7천5백억원정도의 매출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체별로 보면 산성전자가 48만대를 공급해 3천8백억원 정도의 매출실적을 기록, 경쟁업체들 가운데 가장 많은 대수와 높은 매출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처음으로 디지털 제품시장에 뛰어든 LG정보통신도 30만대 공급에 2천억원 정도의 매출실적을 올려 단말기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기록된 한해였다.
이어 현대전자가 13만대를 공급, 7백10억원 정도의 매출실적을 올렸으며 일본 소니사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코오롱정보통신도 서비스 개시초기부터 제품의 조기공급과 신세기통신의 할판공급 등으로 단말기 공급 첫해 7만대, 4백억원 정도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이밖에 퀄컴사 제품을 수입 공급하고 있는 한창도 신세기통신의 할판공급에 힘입어 6만대, 3백40억원 정도를, 맥슨전자는 3만5천대 2백억원 정도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아날로그 제품에서 지난 10년동안 선두자리를 굳혀온 모토로라는 디지털 제품의 출시가 경쟁업체들 가운데 가장 늦은 지난 11월 말에 가서야 공급돼 지난 해 1만대 이하의 공급실적을 기록, 매출이 50억원에도 못미치는 등 디지털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시장상황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한해로 평가되고 있다.
모토로라의 부진은 근원적으로 디지털 제품의 출시가 삼성, LG정보 등 국내업체들보다 제품공급이 늦어진데 따른 당연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모토로라는 지난 해 9월께 디지털 이동전화 단말기를 첫 출시할 예정으로 있었으나 미국 본사에서의 제품개발이 늦어져 10월로 연기한데 이어 11월 말에 가서야 가까스로 첫 제품을 출시, 세계적인 단말기 제조공급업체로서의 체면을 겨우 살렸었다.
하지만 첫 제품의 출시물량이 통상 출하물량 2~3만대수준에 비해 비교도 되지 않는 1천대 미만을 출시, 본격 판매가 아닌 상태인 데다 제품자체에 하자가 있어 대리점에 공급됐던 제품이 급히 회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져 「엎친데 겹친」격으로 곤혹을 치뤘었다.
게다가 모토로라는 지난 해 말 후속으로 3만대를 공급, 현재 시장에 출시하고 있으나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판매가 신통치 않다는게 일선 유통대리점들의 후문이다.
모토로라는 올 상반기중 자체개발한 MSM2.0칩을 내장한 후속모델을 출시해 본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으로 있어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분석,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토로라가 아날로그 시장에서는 기존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당한 시장잠식이 가능했지만 CDMA시장에서는 국내 업체들보다 한 수 아래』라며 『후속모델이 나와도 얼마든지 경쟁에서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일부 업체에선 앞으로 디지털 시장에서 모토로라는 전혀 힘을 펴지 못해 사업자체가 유명무실하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성급한 예상도 심심찮게 제기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 CDMA 단말기 시장은 과연 퀄컴, 소니, 모토로라에 이어 일본 오키, 핀란드 노키아 등 외국업체들이 언제쯤 제품을 출시, 국내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인가도 상당한 관심거리며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 형성될 것인가도 관심사항중의 하나다.
국내 업체들과 모토로라 등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다 이동통신사업자들간의 경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공급사들간의 마케팅전쟁이 한층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들 신규업체의 참여가 기존 시장질서를 뒤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오키, 노키아 등 외국 단말기 공급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은 올 상반기중에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시분할다중접속(TDMA)방식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 업체들은 그간 미국 등지에서 CDMA기술개발을 활발하게 진행, 지난 해 말쯤 국내 시장에 단말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CDMA 기술이 예상과는 달리 기술개발이 상당히 어려워 단말기의 개발 자체가 당초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시장의 진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CDMA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미국 퀄컴사나 이 기술을 개발, 상용화는데는 국내 업체들이 이들 외국사들보다 한발 앞서 있는 실정』이라며 『설령 이들 외국사들이 단말기를 출시해도 무게나 성능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날 것』으로 확언하고 있을 정도다.
올해 CDMA 단말기 시장규모도 관심거리다.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예상하고 있는 가입자수는 한국이동통신이 2백만명, 신세기통신이 1백만명 등으로 모두 3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CDMA 단말기 공급사들이 예상하고 있는 공급대수는 이 보다 1백만대 가량 많은 4백만대를 공급 목표로 세우고 있어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업체들간의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CDMA제품 공급에 있어 선두자리를 확보한 삼성전자는 1백50만대를, LG정보통신은 1백만대를, 현대전자는 30만대를, 맥슨전자는 20만대를 각각 공급목표로 삼고 있다.
이밖에 지난 해 CDMA 시장에서 제품공급이 늦어져 부진을 면치 못했던 모토로라도 70만대를, 코오롱정보통신은 60만대를, 한창은 15만대를 판매 목표로 잡고 있다.
서비스 사업자와 공급사들간의 시장규모가 엇갈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업체들마다 판매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했으나 사실상 단말기 공급대수는 3백만대에 이를 전망』이라고 지적하면서 『따라서 공급사들이 내놓고 있는 공급목표대수는 상당부문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CDMA 단말기 시장의 이슈는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이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이다.
한국이동통신은 선경유통을, 코오롱정보통신은 글로텔을 내세워 일선 대리점들에게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사실상 지난 해와 같은 유통업을 계속하고 있다.
삼성, LG정보, 현대전자 등 이른바 메이저군의 단말기 공급사들은 이같은 사례가 시장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는 반면 맥슨, 코오롱, 한창 등 마이너군의 단말기 공급사들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눈치다.
서비스 사업자들의 유통업 참여에 대해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것은 유통업 참여여부가 이들 업체들의 마케팅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유통업을 계속 한다면 완전 자율시장경쟁원칙이 배제돼 결과적으로 메이저군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을 떨어 뜨린다는 지적이다.
올해 CDMA 단말기 시장은 지난해 「공급 원년의 해」에 이어 「도약의 해」로 점철될 전망이다.
올해안에 서비스될 개인휴대통신(PCS)에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입자확보에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데다 공급사들도 시장쟁탈에 사활을 걸것으로 기대돼 상용서비스 2년만에 가입자 4백만 돌파라는 신기록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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