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탁기시장은 업체마다 나라 안팎에서 활로 모색에 활발한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세탁기 내수시장은 보급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지난 93년의 1백56만대를 고비로 정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약 1백40만대를 유지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10∼15% 가량 판매량이 감소한 컬러TV, 전자레인지 등과 같은 다른 가전제품에 비하면 그나마 불황을 잘 견뎌내고 있는 편이다.
올해의 세탁기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가전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내놓은 모델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세탁조회전(LG전자), 애지펄(삼성전자), 비대칭 회전판(대우전자) 등 전통적인 회전날개 방식에서 변형된 신기술이 올해에도 또다시 격돌하게 돼 있는 것이다.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전3사가 올 하반기에 출시할 98년형 신제품들도 이같은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저마다 지난해 9월 이후의 판매실적을 바탕으로 신기술을 채용한 제품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신제품을 써본 소비자의 반응이 뚜렷해지는 올해들어 비로소 진정한 승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사가 선보이고 있는 신제품은 각각 독특한 아이디어가 적용된 제품들이기 때문에 올해 시장경쟁을 거치면서 앞으로 세탁기기술 개발경쟁이 한결 치열해질 전망이다.
요란하게 부가기능을 선보이는 데 골몰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세탁기업체마다 세탁력과 헹굼력의 향상, 엉킴해소와 같은 기본성능을 내세우는 「차분하면서도 점잖은」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세탁기시장에는 대용량화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체수요가 80% 수준에 육박하면서 세탁기의 주력모델은 지난해만 해도 10㎏급의 판매비중이 40%를 넘을 정도로 대용량화가 급진전하고 있다.
올해에는 그 비중이 50%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나온 11∼12㎏급 초대형 세탁기의 판매동향은 앞으로 업체들의 「통키우기 경쟁」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미리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탁기 내수시장에는 환경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환경마크 인증제도에는 세탁기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내년 또는 적어도 그 이듬해까지는 적용대상이 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가전업체들은 올해 전력소비량과 물 사용량을 제한한 환경기준에 맞는 세탁기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리사이클링 방식의 기술을 채용한 세탁기(동양매직)와 드럼식 세탁기(삼성전자) 등이 올해 친환경제품으로서 새롭게 각광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산 세탁기의 수출은 주력시장인 동남아에서 입지가 확대되고 중남미, 중동, 러시아 등 신규시장 개척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평균 20% 이상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전통적인 수출제품인 2조식 세탁기를 제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동 세탁기의 수출이 올해에도 급신장을 거듭해 수출 채산성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탁기의 수출이 이처럼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전업체들의 해외생산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전3사는 세계 권역별로 구축한 해외공장에 올해 세탁기의 생산라인을 대거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수출용 세탁기는 선진국의 경우 환경규제에 대응한 제품을, 신흥 유망시장의 경우 현지의 빨래문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올해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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