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M&A에 멍드는 방송 인허가 (하)

사업자 선정.운영방식의 개선

최근 경영권이 넘어간 인수 및 합병(M&A) 대상기업들의 거래내역을 들여다보면 인허가 사업의 가치가 대단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신원그룹의 제일물산은 충남이동통신과 대전케이블TV에 각각 22%의 지분을 갖고 있는 방송장비 및 환경기기업체 지원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박병수 회장 외 1인이 소유한 31만8천5백여주를 3백80억원에 인수했다. 의류를 주사업 종목으로 하고 있는 신원의 지원산업 인수는 방송통신기기산업 및 통신서비스사업 진출이 주목적으로, 공식적인 주당 인수금액은 당시 시가 3만8백원의 4배 수준인 12만원 상당이다.

지원산업의 주력품목인 위성방송수신기 등이 한풀 꺾인 업종임을 감안할 때 이같은 거래금액은 영업권에 대한 프리미엄 외에도 방송 및 정보통신 등 인허가사업의 가치가 높이 평가됐음을 반영하고 있다.

아세아그룹도 방송 및 정보통신진출을 위해 대륭정밀 이훈 회장과 부인명의의 58만5천여주를 4백31억원에 일괄 인수했다. 주당 7만4천여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현재 대륭정밀의 주가는 2만원을 약간 상회하고 있다. 대륭정밀이 보유했던 온세통신과 구로케이블TV의 지분을 고려하면 인수금액이 오히려 헐값이라는 해석들도 제시됐다.

최근 M&A설이 무궁무진한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의 가치에 대해 공인회계사들은 최소 4배라고 잘라 말한다. 대기업 인수설이 나돈 데다 부가통신서비스 연계가 맞물려 최근에는 이를 상회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같은 인허가 사업의 가치를 감안하면 신규사업에 대한 정부의 인허가는 곧 유망분야에서의 독과점적 지위제공, 더 나아가 특혜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근 M&A에 열성을 보이는 기업들의 면면은 대기업 외에도 사양산업 또는 한계성장치에 다다른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섬유업종, 자동차관련업종, 기계업종, 연탄 등 에너지분야, 음식료업종, 농축산업종 등이 주를 차지하고 있다.

2차 SO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면면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부풀리고 있는 인허가 사업들의 가치와 최근 비정보통신 기업들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방송이나 정보통신분야가 주목의 대상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RFP 방식의 인허가보다는 다른 방법들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선진국들이 최근 정보통신사업 부문에서 취하고 있는 공매제도의 도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허가제도가 해당 기업으로 하여금 첨단분야에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다 일정기간 독과점적 지위를 보장한다면 아예 채널을 입찰, 경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인 것이다.

공공성, 공익성을 보장해야할 분야에 재정적, 경제적 능력만으로 사업자를 평가한다는 점 때문에 인허가권자의 도덕성문제도 일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경매수익금으로 취약한 관련 분야를 육성시키는 기반을 마련한다면 정부로서도 명분이 설 수 있다.

특히 방송분야와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에다 개척자 우선의 원칙(First Come, First Served)을 더한다면 인허가권자의 명분은 더 보장될 수 있다.

남보다 앞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하는 기업, 신시장에 참여해 적자 속에서도 초기투자를 진행했던 기업들은 인허가분야에서 기득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최근 1차 SO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맨땅에 케이블TV의 입지를 닦아놓았더니 정부가 자신들을 외면한 채 2차 SO를 선정하려 한다』는 볼멘소리를 자주 한다.

「남보다 앞서 시장을 개척하면 손해」라는 철칙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입찰경매나 개척자 우선의 원칙에서 제시할 수 있는 공익성, 공공성 담보는 인허가 이후 규제장치를 담보하면 가능하다.

M&A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의 M&A가 비정보통신계열의 시장진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규모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존사업자들간의 M&A에 대해서도 정부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존 사업자들 중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우량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어하는 기업은 많으나 인허가 당시의 규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허가가 이뤄진 대상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남들처럼 모기업 전체를 인수해야 하는 데 그럴 여유가 있는 기업이 어디있느냐』는 이들의 반문을 이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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