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TV와 방송용 장비를 생산하는 중견전자업체인 D전자가 요즘 안고 있는 최대 고민은 이른바 부잣집에서 이야기하는 불황극복 차원이 아니다. 다른 제조업체들처럼 불경기극복, 불황타개를 운운해야 정상이겠지만 D전자는 고민이 하나 더 있다. 전문인력 모집과 인력유출방지 등 사람 문제이다.
D전자는 조립생산에 익숙한 기업구조로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따라 디지털중심의 사업구조로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고급인력 확보가 기대난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지난해 6월 이뤄진 통신사업자들의 경력사원 모집 여파에 따라 애써 키워놓았던 개발인력마저 유출되고 있어 피해가 막심하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중견전자업체 위상에 다다른 「대륭정밀」이나 「지원산업」 등 위성방송 수신기업체들의 상황도 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륭정밀의 한 관계자는 『위성방송 수신기업체들의 당면과제는 디지털기술에 바탕을 둔 정보통신기기 및 방송기기의 개발이나 최근에는 인력운용에서 막대한 차질이 빚어져 대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고 인력 현황을 설명했다.
대륭정밀의 경우 지난 한햇동안 경력 4∼5년차를 중심으로 전체 연구소 인력 중 10%선이 빠져나갔으며 특히 신규통신사업자들의 인력모집과 맞물려 인력이 집중 유출된 것으로 자체분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력 유출을 신규사원 모집으로 충당하려고 최근 1차 서류심사를 진행했으나 학력수준이 기대치에 크게 미달해 실망했다.
최근 인력사태로 고민하고 있는 곳은 비단 이들 업체만이 아니다. DVD, 세트톱박스 등 멀티미디어분야와 네트워크 등 통신분야, 가전 등 디지털기술에 대응하려는 전자, 정보통신업체 대부분이 인력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날로그형 시대에서는 조립생산에 일정수준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면 별 문제가 없었으나 디지털기술이 대세를 차지하는 오늘에 이르러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 엔지니어링 등 컴퓨터에 바탕을 둔 자체기술력을 갖지 못하면 선진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상용화가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 중소전문업체들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통신, 방송 등 서비스부문의 임금체계가 제조업과 견줄 수 없는 데다 이에 대한 엔지니어들의 동경심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량의 사업자허가가 예정된 방송가도 인력파동이란 잠재변수로 뒤숭숭한 상황이다. 2차 지역민방이 오는 9월 첫 전파를 타게됨에 따라 방송인력파동이 예상되고 있는 데다 올해 다시 20∼30개에 달하는 케이블TV SO사업자 허가가 예정돼 있고 위성방송도 남아 있다.
독과점적 지위를 누렸던 지상파방송사는 고임금 구조와 막대한 영향력, 그리고 풍부한 인적자원으로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나 최소한의 사업구조를 유지해 왔던 케이블TV SO나 PP는 상황이 다르다.
케이블TV PP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2차 민방사업자들이 기술 및 편성, 제작인력을 모집함에 따라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하며 『앞으로 2차 SO나 위성방송 사업자가 허가되면 케이블TV 전반에 심각한 인력문제를 유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중견 전자업체의 한 경영자는 앞으로도 방송 및 통신부문의 사업자 허가가 대량으로 남아있음을 상기하며 『정부가 과도한 인허가 행정에 따른 전문인력 파동을 등한히 하면 전자정보산업의 근간이었던 제조부문의 취약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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