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로 기술을 꼽는다. 선진국들간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기술력 우위를 확보해 경제적으로 주도권을 잡기 위함이다.
기업들의 경쟁력도 기술력 확보 여부에 달려있음은 물론이다. 기업들이 무한경쟁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갖추어야 하고 이러한 두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기술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기술을 대부분 선진국으로 부터 도입해왔다. 일부 자체 역량으로 개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기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선진기술의 소화, 개량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자체 기술개발 역량이 미흡한 우리 기업 실정으로는 자체 개발과 병행해 선진기술의 적극적인 아웃소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기술의 복잡화, 융합화에다 신제품 개발속도가 빨라지고 홀로 모든 기술을 개발할 수 없게 되면서 거대기업간 기술협력이 가속화하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기술도입 외에도 해외 기술선진업체에 직접 투자하거나 전략적 기술제휴를 통해 글로벌 기술경영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이다. 글로벌 기술경영의 핵심은 필요기술을 적시에 확보하고 얼마나 빨리 습득, 응용할 수 있느냐이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정부가 내달부터 기술도입을 사실상 자유화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자본과 상품의 국가간 이동에 장벽이 없어진 무국경시대에서 이제 기술도 대가만 지불하면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기술도입을 자유화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따른 국제간 교역 자유화 추세에 대응하고 행정규제를 완화하자는 데 그 본뜻이 있다.
기술도입 자유화의 장점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부로서는 외국으로부터 정부의 간섭에 의한 자유교역 장애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빌미를 해소하고 기업의 입장에서도 기술도입과 관련된 행정처리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많다. 정부에서는 기술도입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할 수 없는 관계로 산업정책 수립 또는 외국과의 통상협력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 통계자료를 잃게 되는 것이다. 기업측면에서도 기존 사례를 통해 기술도입선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경쟁기업의 전략파악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기술도입시 벌이는 기술가격 산정 협상에서 과거 사례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점마저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술도입 자유화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기술 흡수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들의 기술도입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이와함께 기술이전 관련정보의 유통 기반 구축과 민간 기술이전 알선업체의 육성, 기술이전 전문가 양성 등도 시급한 과제다. 중소기업들이 신기술을 도입하려 할 때 기술의 소재 파악에서부터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고 기술이전과 관련해 상담할 수 있는 전문가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재 산업기술정보원이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연례행사로 개최하고 있는 기술시장인 테크노마트를 활성화시키고 대상국가도 유럽지역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측면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외부기술사냥에 나서야 한다. 기술도입은 자유화했지만 첨단과 핵심기술을 보유한 선진국들이 이전을 기피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강점 기술을 토대로 외부 기술을 흡수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은 미래의 기업경쟁력을 결정하는 변수이다. 기술도입이 자유화됐다고 무조건적인 도입보다 미래 산업적 비교우위 측면을 고려해 최적기술을 도입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미래의 시장 수요 및 기술예측에 근거한 구체적인 전략목표를 근거로 기술을 도입할 때만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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