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미국 HDTV 표준 승인의 의미

최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자국의 차세대 디지털TV인 고선명TV(HDTV)표준을 승인했다. 가전업계의 제안을 기반으로 방송업계, 컴퓨터업계, 콘텐츠제공업계의 지지를 받아 제정된 이번 HDTV표준은 미국을 기점으로 전세계에 꿈의 디지털TV시대가 개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높은 기대수준에도 불구하고 이번 표준은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가전업계와 컴퓨터업계가 팽팽하게 맞섰던 화면주사방식에 대해 FCC가 어떤 판정도 내리지 않은 점이다. 가전업계가 비월주사방식을, 컴퓨터업계가 순차전송방식을 내세우며 서로의 우월성을 주장했던 화면주사방식을 소비자의 손에 맡기기로 한 것은 FCC의 엉거주춤한 위상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이번 표준을 놓고 한편으로는 시일에 쫓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관련업계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한 그동안의 행태로 미루어 앞으로 본격 서비스를 앞두고 FCC가 과연 일관성있는 정책을 수행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HDTV화면크기를 놓고 영화업계가 이번 표준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서비스를 앞두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화업계는 HDTV화면크기를 영화화면과 맞는 광폭으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로 예정된 표준의 의회통과 때까지 이의 관철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표준은 대체로 관련업계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들의 디지털TV시대에 대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기존 아날로그방식이 전면 중단되면서 시장환경이 가장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방송업계는 디지털화를 서두르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및 전송관련 장비의 디지털화는 물론, FCC가 새로 발급할 디지털주파수의 확보도 시급하다. 가전업계는 이른바 대연합의 주축이었던데서 알 수 있듯이 FCC의 표준제정에 대해 신속한환영의사를 보였다. 이들로서는 내년에 출하될 HDTV수상기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문제. 고품질의 영상, 음성 전송이 가능한 HDTV수상기는 기존 아날로그제품에 비해 최대 2천달러까지 비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TV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TV업계와 PC업계의 시장선점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HDTV는 화상정보는 물론 초당 19메가비트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등 데이터의 전송기술도 빠르게 개발돼 컴퓨터같은 TV, TV같은 컴퓨터로 발전하면서 궁극적으로는 PC와 TV간 기능의 차가 거의 없어진 단말기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기대 9, 우려 1」의 세계인의 시각이 교차되는 가운데 어쨌든 이번 미국 HDTV표준제정은 디지털TV시대의 본격화를 향한 첫 삽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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