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Ⅰ] 전자산업 핫 이슈...민자 발전시대 개막

그동안 한국전력의 독점적 영역이었던 발전부문에 민간기업의 참여가 지난해부터 허용되기 시작했다. 국내 전력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 "민자발전"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사업자로 선정된 LG에너지를 비롯, 현대에너지와 포스에너지 등 에너지관련 회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워 시장선점에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민자발전 2단계 사업추진을 앞두고 그룹차원에서도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민자발전은 사업 자체만으로도 부가가치와 상징성이 큰 데다 향후 에너지사업 및 해외발전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력산업은 전기의 공공재적 성격으로 인해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기도 하며 규제일변도의 정책에 따라 보호 육성돼 왔지만 이제는 국제화.개방화시대에 맞게 경쟁체제를 갖추기 위한 조치로서 민자발전으로의 전환은 큰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민자발전을 추진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앞으로의 전력수요는 지금까지의 증가율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 기존 체제로는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이 불가능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전은 지난 10년간 전기요금을 17%나 내리면서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해 왔으나 외자 차입금이 3조4천억원으로 제한됨에 따라 발전사업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이 난제로 등장했다. 따라서 사회간접자본(SOC)인 발전소 건설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임으로써 전력공급 능력을 충분히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민간기업이 발전소를 건설해 운영함으로써 경험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이 해외의 발전시장에도 진출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구축하며 독점체제를 경쟁체제로 전환해 발전산업의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재원마련등 난제`로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91년부터 민자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93년 신경제정책 수립시 이 계획을 확정했으며 95년 사업개시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정부가 마련한 「95 장기 전력수급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원자력의 경우 공기업인 한전이 건설, 운영함으로써 설비안전성 및 효율성을 제고키로 했으며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스)복합화력, 양수 발전은 신규건설 물량의 일정 수준을 민자로 건설키로 했다. 민간기업이 발전소를 건설, 소유 및 운영하되 생산한 전력중 소내전력을 제외한 전량을 한전에 판매하게 된다.

석탄화력의 경우 50만급은 2003년 이후 신규건설 물량의 50% 수준을 민자로 건설하고 80만급 이상은 사업의 효율성과 신규 격상설비임을 감안해 한전이 건설키로 했다. 또 LNG복합화력은 2001년 이후 신규건설 물량의 50% 수준을 민자로 건설키로 했으며 양수발전은 2005년 이후 신규건설 물량의 50% 정도를 민자로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총 29기의 발전소를 새로 건설할 예정인데 석탄(50만) 4기, LNG복합(45만) 21기, 양수(25만) 4기 등이며 이 가운데 민자발전 대상은 석탄화력 2기를 비롯해 LNG복합 11기, 양수 2기 등 모두 15기다.

지난해 정부는 민자발전 1단계 사업을 추진, LNG복합화력을 건설할 제1사업자와 제2사업자, 그리고 석탄화력을 담당할 사업자를 선정했다. LNG복합화력은 오는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준공될 물량으로서 40만급 1기씩이며, 석탄화력은 2003년과 2004년에 준공되며 50만급이다.

오랫동안 한전이 독점해 오던 전원공급 사업에 민간기업을 참여시킴에 따라 이 시장선점을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제1‘2사업자가 선정되기까지 한전에 사업의향서를 냈던 대기업들은 단독 그룹내의 업체 또는 외국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내 최초로 이뤄지는 민전을 수주하는 데 총력전을 펼쳤다.

당초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기업은 LNG복합화력 부문에 (주)대우, 유공, LG에너지, 현대에너지, 동한에너지, 동부에너지(동부건설, 금호건설, 태영삼부토건 컨소시엄), 대림에너지(대림건설과 일본 미쓰이, 미국 모빌 컨소시엄), 율도전력(한진건설, 한진중공업, 효성중공업 컨소시엄) 등 8개사이고 석탄화력 부문에 포항제철 등 모두 9개사였다.

지난해 5월 한전은 사업참여 신청을 마감한 후 학계, 연구소, 회계, 법률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20명의 평가위원단을 구성해 △필수요건 심사 △비가격부문 평가 △가격부문 평가 등 3단계에 걸쳐 사업계획서를 심사했다.

자체 수요 충족 의도 심사결과 LNG복합화력 부문중 2001년에 준공되는 40만급 제1사업자로 동아건설과 한국중공업의 컨소시엄인 동한에너지(주)가 선정됐으며, 2002년에 준공되는 40만급 제2사업자로는 LG건설이 자회사로 신설한 LG에너지(주)가 선정됐다. 그러나 동한에너지가 발전소 부지로 제시했던 김포매립지가 농지이며 이를 용도변경해 줄 수 없다는 농림부의 최종 통보에 따라 동한에너지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양사의 합의로 민자발전 사업을 포기했다. 한전은 이에 따라 제2사업자로 선정됐던 LG에너지를 제1사업자로 선정하는 한편 3위에 그쳤던 현대에너지를 제2사업자로 선정했다. LNG복합화력 입찰에 참가했던 8개사의 채점결과를 보면 발전소 예정부지 문제로 탈락한 동한에너지가 비가격 및 가격부문을 합해 1천점 만점에 총 9백43.98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으며 추후 제1사업권을 따낸 LG에너지는 9백.67점을, 현대에너지는 8백89.83점을 얻어 업체별로 점수차가 크게 났는데 1위 업체와 최하위 업체와의 점수차는 무려 2백68.69점이나 됐다.

그러나 석탄화력 부문에 단독으로 신청했던 포항제철의 (주)포스에너지는 신청요금 평가가격이 예정가격을 초과해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으며 이후 수의계약을 통해 제2사업자로 선정됐다.

대기업들이 민자발전 사업에 이처럼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자체전력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목표도 있지만 발전소건설 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에너지 및 발전설비 사업에도 진출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LNG관련 사업의 경우 2000년께에는 수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여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도 마다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 민영화와 가스판매 사업진출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LNG발전소를 지을 경우 독자적으로 LNG를 수입해야 하는데 이는 가스인수기지 건설과 가스판매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보더라도 지난해 발주한 LNG복합화력의 경우 총공사비는 1기당 2천5백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석탄화력은 2기에 1조원에서 1조2천억원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올해 관련 업체들은 대구지역에 관심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구지역의 만성적 저전압 해소를 위해 장기적인 대책의 일환으로 오는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45만급 LNG복합화력발전소 2기를 건립할 예정인데 총공사비가 5천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한 업체들의 수주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지난해 수주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 및 부지확보 문제 등을 확고히 점검, 1단계 사업 때보다 더욱 주도면밀하게 채비를 갖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민자발전은 지난해 2월 이뤄진 발전설비 일원화 해제조치와 함께 국내 발전시장을 이제 무한경쟁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의 해제는 그동안 한국중공업이 발전설비를 독점적으로 공급해 왔으나 이제는 민간기업도 설비를 생산,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삼성중공업이 한전에 1백급 설비를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및 한라중공업, 대우중공업도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의 해제는 국내 발전설비시장을 대외에 개방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는 민자발전 건설에 외국기업도 50% 미만의 지분을 갖고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 선결과제 외국 발전설비 관련업체의 국내시장 진출 움직임은 제1‘2사업자가 선정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자로 선정된 포철에 한국중공업 외에도 미쓰비시,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 업체들이 터빈 등 주기기를 공급하기 위해 관련기자재 견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프랑스 합작업체인 GEC-알스톰 등도 견적서를 제출, 국내 발전설비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밖에 벨기에의 발전설비 전문업체인 트락터벨사도 동남아와 미국 등에서 현대식 발전소를 건설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 LNG 및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국내 업체들과 물밑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발전은 발전설비시장 개방과 함께 국내 발전시장을 한바탕 뒤바꿔 놓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에는 부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민간자본에 의해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어쩌면 모험일 수도 있다』며 『2001년 이후 민자로 건설된 발전소가 성공을 거두고 이 시장에서 주역으로 참여하려면 국내 업체들이 부단히 기술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2단계 민자발전 사업이 추진되는 올해 각 그룹들의 민자발전 수주를 위한 합종연횡이 발전시장 개방과 맞물려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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