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PC수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대우통신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PC업계는 국제경쟁력 약화로 95년까지만 해도 거의 중단하다시피했던 PC수출을 지난해부터 재개하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에는 이를 기반으로 대대적인 수출확대에 나서고 있어 올해가 국내 PC수출산업의 부흥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사실 국내 PC산업은 지난 80년대 초반 태동하기 시작해 80년대말에는 세계 PC생산기지로서 명성을 드높였다. 여기에는 PC산업이 대표적인 조립산업이며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여력이 있는 국가가 손에 꼽힐 정도여서 국산 PC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면서 PC생산을 시작한 국가가 크게 늘고 특히 대만의 경우 풍부하고 저렴한 인력에다 선진국들의 부품생산기지가 속속 동남아에 들어서면서 부품구하기가 쉽다는 이점을 앞세워 신흥강국으로 부상해 국산 PC는 점차 세계시장에서 설자리를 잃어갔다. 이같은 결과는 국내 PC업체들을 좁은 내수시장에서 이전투구를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따라서 국내 PC업체들의 수출재개는 바로 90년 이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며 이것은 정보시대의 핵심장비인 PC의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PC업계가 올해를 PC수출의 부흥기로 보는 배경에는 바로 대만산에 밀렸던 국산 PC가 품질 및 가격경쟁력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국산 PC가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PC부품 및 주변기기산업이다. PC의 대용량화로 갈수록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 제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모니터, CD롬 드라이브 등 핵심주변기기들도 일본과 세계 제1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물론 노트북PC 제조원가중 30%를 상회하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도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2개국에서만 생산, 전세계에 공급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국내 부품산업의 경쟁력은 곧바로 완제품인 PC의 경쟁력으로 이어졌으며 상대적으로 부품을 전량 수입하는 대만에 비해 가격 및 품질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특히 원활한 부품확보 및 납기단축으로 매출과 직결되는 적기출시가 가능해졌고 여기에 생산라인의 대부분이 자동화하면서 저임금의 이점을 어느 정도 상실한 것도 세계 PC시장에서 최대 경쟁상대국인 대만을 앞지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산 PC수출을 선도하고 있는 삼보컴퓨터의 경우 지난해 미국 시어스 및 일본 다이에이 등에 대량수출을 개시하면서 본격적인 수출드라이브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물량은 PC 완제품만 13만대. 올해에는 이보다 배 이상 늘어난 30만대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트북PC를 수출전략상품으로 육성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지난해 5만대를 수출하는 데 그쳤으나 올해에는 6배나 늘어난 30만대의 수출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대우통신도 마찬가지다. 대우통신은 올해 전년대비 배 이상 늘어난 20만대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국산 PC수출은 완제품 기준으로 1백만대를 넘어서지 않겠느냐는게 관계자들의 조심스런 관측이다.
이처럼 국내 PC업계의 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20%에서 올해 30%로, 대우통신은 27%에서 50%, 삼성전자도 30%에서 40%로 수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오는 2000년에는 내수를 앞지를 것이라는 성급한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양적확대뿐만 아니라 질적 향상도 국산 PC수출의 가능성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국내 PC업체들은 지난해 수출확대에 나서면서 과거 반제품(SKD)수출 및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에서 탈피해 완제품 위주의 자가브랜드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저가의 데스크톱PC보다는 고가의 PC나 노트북PC 등으로 수출기종을 바꿔 높은 부가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PC수출은 출혈수출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오히려 내수에서보다 더욱 높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 실제 삼보컴퓨터의 경우 지난해 수출부문에서 5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쾌거를 보이기도 했다.
수출지역다변화도 국산 PC수출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미국으로 한정됐던 PC 수출대상지역이 유럽 및 중국, 호주는 물론 국산 전자제품 수출의 유일한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일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삼보컴퓨터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영국 현지법인인 TGU를 거점으로 삼아 대량수출거래처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시장으로의 수출확대를 위해 지난해 설립한 동경사무소를 올해중 현지법인으로 전환하고 AS센터도 설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최근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및 호주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들 지역에 각각 지사를 설립하고 특히 중국에는 현지생산라인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지역을 관장하고 있는 현지법인인 TGA를 통해서는 캐나다 및 남미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부터 유럽 현지에 첫 수출을 시작해 자체브랜드로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으며 중국 및 남미쪽으로는 지명도가 높은 AST와 공동으로 마케팅을 전개, 신시장개척을 서두르고 있다.
대우통신도 프랑스를 비롯, 대우그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 등 동구지역으로의 PC수출을 위해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 자사 PC수출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현대전자 또한 호주에 처음 자체브랜드 수출을 개시한 데 이어 방대한 잠재수요를 지닌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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