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복제 음반 성업

불법음반의 유통은 기획이나 원가부담, 출고가격, 마진, 세금 등에 대한 고민없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이다. 최근 음반의 불법복제 및 유통이 연말연시 경기를 타고 성업중이다.

불법음반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관련업계의 추산으로는 서울근교 약 5∼6개, 부산, 김해, 광주 등지에 약 7∼8개 등으로 추정되는 제작업체 서울, 부산, 안산, 광명 등지에 산재한 것으로 보이는 창고업자 이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노점상 등 불법복제 음반 관련업자들이 만들어내는 국내 시장규모는 약 1천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에 따르면 지난 95년 한국에서 유통된 불법복제 음반은 약 1천1백만개로, 전체 음반발매량 5천4백여만개의 21%가량을 차지했다. IFPI는 한국의 정규 음반시장 규모가 약 3천9백억원대이며 이와는 별도로 약 8백40억원대의 불법음반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일반인들의 음반노점상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고학을 하는 대학생,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아르바이트」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들은 잘 조직된 전문 음반상인들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요즘 목좋은 곳에서는 하루 매상이 30만원을 쉽게 넘어선다』고 서울시내 모처에서 2년째 카세트테이프 노점상을 하고 있는 K씨(22)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서울시내 노점상들의 카세트테이프 가격은 개당 2천∼2천5백원이며 하루평균 30개 정도 판매한다.

소위 대목을 맞은 요즈음에는 1일 판매량이 거의 2배 이상 증가해 매상도 15만원대를 상회하며, 종로, 명동, 강남역 일대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하루매상이 30만원을 넘어서기가 일쑤다. 노점상들은 불법복제 카세트테이프를 개당 7백∼8백원 정도에 구입해 3배 이상 이윤을 남기는 등 그야말로 짭짤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카세트테이프 복제와 노점판매에 그쳤던 불법음반이 CD를 복제하고 정규시장에 침투하는 등 관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불법복제 CD를 시장에 유통시키는 이들은, 이른바 「나카마(보따리상)」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중간도매상들. 이들은 과거 음반제작사나 도매업체 등에서 근무하던 경험을 활용, 개인적으로 활동하거나 3∼5명이 팀을 이뤄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반품불가, 주문량에 대한 先결제」를 조건으로 주로 서울 외곽의 중소 소매상을 직접 방문해 불법복제 CD를 공급하고 있으며, 서울시내 일부 대형 소매점에도 진출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 음반기획사의 관계자는 『불법CD가 대형 소매점에까지 대량으로 공급됐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라며 관련기관, 단체의 단속강화를 촉구했다.

<이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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