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시스코시스템스, 인터넷 붐으로 초고속 성장 구가

올해 인터넷분야의 최대 관심사는 넷스케이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경쟁이었다.

반면 이렇다 할 경쟁요소가 없다는 이유로 하드웨어분야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사정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올해 인터넷과 관련해 가장 성공적인 기업경영을 한 업체로 네트워킹 장비시장의 선두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의 넷스케이프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이 회사를 알기 위한 몇가지 지표를 살펴보자.

지난 7월 말로 끝난 이 회사의 96회계연도 매출액은 40억달러 이상, 순익도 1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매출과 순익 모두 전년대비 2배 늘어난 것으로 올해 주요 컴퓨터 관련업체 중 최고 수준의 성적이라 할 수 있다. 시스코의 이같은 고성장은 최근 몇년간 계속된 것으로 투자가들로부터 그 잠재력을 크게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주식가격은 올해 특히 급등세를 보이면서 91년에 비해 무려 1천6백% 상승했다. 기업의 시장평가액도 미국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와 비슷한 4백억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97회계연도의 매출목표는 전년보다 50% 가량 늘어난 60억달러 이상으로 잡고 있다.

이 회사 매출액의 상당부분은 인터넷 핵심장비인 라우터 판매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라우터는 전화교환기처럼 인터넷 회선의 교통정리 역할을 하는 일종의 컴퓨터다.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현재 시스코의 점유율은 무려 85%. 이는 소프트웨어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달리 특정 업체 종속적인 아키텍처를 거부하고 개방형 표준을 지향하는 인터넷시장에서 한 업체가 확보한 점유율이란 점에서 놀랄 만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성공의 비결은 별다른 것이 없다. 단지 남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지난 84년 창립 이후, 이 회사는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근거리통신망을 운영하면서 앞서 IBM, AT&T 등 네트워킹 장비사업에 진출해 있던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던 라우터 및 인터넷 등 라우터 기반 네트워크시장 개척에 주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자사의 기술적 우위를 내세우려 하기보다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을 보다 중요한 가치로 삼았으며 그 결과 별다른 판촉활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실적이 계속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 시스코는 매출액이 3억달러를 넘어선 지난 92년에 들어 처음으로 광고를 했을 정도로 별다른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왔다.

특히 인터넷 기반이 확대되면서 시스코의 「주가」는 치솟았다. 회선의 폭발적 증가로 처리속도가 보다 빠른 라우터가 요구되면서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이 시스코로 몰렸던 것이다.

시스코의 고도성장은 그러나 경쟁업체들이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장점에 기반한 것이 아니어서 최근 들어 이 회사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독점적 상황에서 초래된 시스코 내부의 자만, 보수화 경향, 그리고 경쟁업체들의 점유율 확대노력에 따른 고객이탈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지향적이면서도 남이 모방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시스코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요구되고 있다.

지난 94년 이후 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시스코의 기업 인수, 합병(M&A)활동은 이와 관련, 새로운 기술적 도약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경영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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