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재경원, 리튬1차전지 덤핑방지관세 부과 배경

지난 19일 총리령으로 발표된 재정경제원의 미, 일산 리튬 1차전지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조치는 무역위원회가 재경원 장관에게 건의한 지 50일만에 법정시한 30일과 20일간의 연기기간을 모두 채우고 나서야 이루어진 것으로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리튬 1차전지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는 알칼라인, 망간전지 등 다른 1차전지에는 15%의 조정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가운데 전지에 대한 첫 덤핑방지관세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리튬 1차전지는 리튬계열의 차세대 2차전지와 제조공정은 다르지만 기본 기술은 비슷해 2차전지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외국업체들이 이를 국내시장에 덤핑 수출해온 것도 국내 리튬 1차전지 업체들이 성장해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로케트전기가 지난 7월 니켈수소전지 양산라인을 가동하자 그동안 전량 수입돼온 니켈수소전지 가격이 니켈카드뮴전지와 유사한 2백30달러선으로 크게 떨어져 이제 막 니켈수소전지 생산을 시작한 이 회사가 채산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수입 리튬 1차전지를 덤핑제소했던 테크라프의 안영재 사장도 『외국 전지업체들의 덤핑공세는 리튬이온 및 리튬이온폴리머전지 등 첨단전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내 전지업체들의 「싹 죽이기」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듀라셀社 및 일본 산요전기, 마쓰시타전기 등 이번 덤핑관세 부과 대상업체들은 지난 9월 잠정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자 국제변호사를 선임, 대응을 시작한 데 이어 10월 23일 무역위원회가 덤핑사실을 최종판결하고 재경원에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건의한 이후에는 더욱 거센 방해공작을 펴는 바람에 재경원 결정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관련시장이 협소해 피해규모가 수십억원에 불과한 반면 재경원에서는 덤핑방지관세 부과에 따른 해당국가의 통상압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결정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경원측은 『그동안 정기국회로 실무진들이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연기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듀라셀社의 리튬 1차전지에는 평균 10.82%, 일본 산요전기와 마쓰시타전기에는 각각 평균 25.73%와 25.86%의 덤핑방지관세가 지난 9월 2일부터 3년간 부과된다. 이에 따라 그간 외산 제품에 대한 덤핑제소를 검토해온 로케트 등 다른 전지업체들의 덤핑제소가 잇따를 가능성도 적지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