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비디오산업 소비자 직판시장을 뚫어라 (5)

해외견본시 판권구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홍콩에서 열렸던 「96MIP-Asia」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영상산업 관계자들로 붐볐다. 매년 12월 개최되는 이 견본시는 판권구매 담당자들에게는 1월의「NATPE」를 시작으로 「LA스크리닝」과 「MIP-TV」 그리고 「MIP-COM」을 거쳐 마지막으로 기대를 거는 해외마켓이다.

세계적인 영화제의 한편에서 열리는 「칸」이나 「밀라노」 견본시의 경우 블록버스터(흥행작)에서 아트필름까지 극장 흥행을 전제로 한 극영화가 주종을 이루는 데 비해 「MIP-Asia」처럼 단독으로 개최되는 견본시에는 만화영화, 가족용드라마, 기획물, 미니시리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출품된다. 따라서 TV용 애니메이션을 겨냥한 방송사계열 프로덕션 및 케이블 채널은 물론 소비자 직판비디오 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한 대기업계열 영상사업단 및 비디오 전문 프로덕션들의 발길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총 3백64개 부스가 설치된 올해 「MIP-Asia」의 경우 SKC, 드림박스 등 대형 유통사와 미디어믹스, 무진영상 등 판권딜러 전문업체를 포함해 10여개사가 소비자직판(셀스루) 타이틀 판권구매를 위해 이곳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소비자직판 비디오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국내 제작이 활성화해야겠지만, 해외 견본시에서 우리측 바이어들의 구매행태도 좀더 세련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업체당 참가비 8백달러에서 2천5백달러(보통 3인까지 입장 가능)를 포함해 1인당 체재경비가 2백만원을 웃도는 해외 견본시에 매번 나가기보다는 각 마켓의 특성과 출품동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인용 기획물을 구매하려면 보통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리는 「NATPE」, 미니시리즈를 포함한 드라마가 필요하다면 「LA스크리닝」 그리고 종합 프로그램 구입에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유럽의 다큐멘터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극영화의 경우 블록버스터는 할리우드의 7대 스튜디오에 집중되지만 소비자 직판 제품은 메이저 편중현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판권가격이 낮은 중소 프로덕션 또는 소규모 해외배급사의 출품작 중에서 오히려 대어를 낚을 수 있다.

해외견본시에 오랫동안 참가해 온 KJ 엔터테인먼트의 이강오 사장은 『유아용 교육타이틀의 경우 케이블TV업체와 공동으로 판권을 구매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성인층을 겨냥한 기획물의 경우 방송전파를 먼저 타면 판매량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비디오부문에 우선순위를 주는 이른바 「퍼스트 윈도 옵션」을 걸거나, 아예 일정기간 지상파와 케이블TV 판권이 제한되는 「홀드백」 기간을 명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대금 결제시에도 다소 번거롭더라도 일시불보다 50%만 한꺼번에 지불하고 나머지는 판매수량에 따른 러닝 로열티 방식을 택하는 것이 라이센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요령이다. 또한 많은 바이어들이 「NATPE」를 비롯, 미국시장에 치중하는 만큼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거꾸로 유럽제품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새로운 아이템 개척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애봐주는 비디오」 「충격대예언」 「부부생활리서치」 등 소비자 직판시장의 몇몇 히트작들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에서 판권을 구입한 작품들이다.

판권구매 전문업체 미디어믹스의 손홍섭 사장은 『판권 마켓의 경우 판매하는 쪽보다 사는 쪽이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에 가격을 흥정할 때 눈치를 살피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가격을 확실히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비디오업계는 최근 대기업들의 참여로 소비자 직판시장의 규모가 늘어나게 된 것에 대해 일단 환영하면서도 극영화 마켓에서 이미 악명을 떨쳤던 국내 대기업들의 과열경쟁이 직판타이틀을 겨냥한 종합프로그램에까지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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