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하워드 감독의 <랜섬>은 어린이 유괴에 관한 영화이다. 억만장자의 아들이 유괴되었고 유괴범들은 몸값을 요구한다. 그들이 요구한 2백만 달러는 예상보다 적은 금액이었으므로아이 아버지는 지불하려 한다.그러나 몸값을 준다고 아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억만장자는경찰을 믿지 못한다. 그리하여 FBI를 동원하고 유괴범과의 대결은 시작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FBI의 역할이란 화면 장식용에 불과하다. 억만장자는 FBI의 오랜경험에서 오는 충고를 제대로 들으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범인들과의 1차 교섭 실패를 FBI 때문이라고 생각한 억만장자는 아들을 찾기 위해 몸소 나선다.TV를 이용해 범인들에게 그들의 요구를 결코 들어줄 수 없다는 기발한 선전포고를 해버린다. FBI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몸값 대신 그 돈을 현상금으로 내건 것이다.
이 영화는 억만장자의 판단이 옳았음을 영화의 후반부 내내 보여준다.텔레비전을 통해 몸값을 받지 못하게 되었음을 확인한 유괴범들은 동요하고 리더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여 마침내 내분을 벌인다. 괴수는 부하들을 다죽이고 경찰인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현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위장술을 벌인다.그러나 현상금을 건내받는 과정에서 모든 것은 밝혀지고 억만장자는마침내 유괴범의 괴수를 죽여 없애는 데 성공한다.
<랜섬>에서 주인공은 유괴자가 아니며, 유괴당한 아이도 아니며, 유괴당한 아이의 부모도아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억만장자이며 할리우드 스타인 멜 깁슨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그렇듯 유괴당한 아들이란 멜 깁슨이 스타 플레이를 멋지게 해 낼 상황설정에 불과하다.그러나 문제는 바로그 설정이다. 멜 깁슨이 억만장자라는 잇점을 이용해 아들을 구하는 순간「유괴」라는 이 영화의 주제는 파탄나 버리기 때문이다.
부각되는 것은 억만장자의 미덕이다.이 영화는 마치 미국의 억만장자는 졸부가 아니며,억만장자란 영웅의 다른 표현이며, 따라서 억만장자가 설사회사 경영 과정에서 뇌물 제공이라는 부정한 방법을 썼을 지라도 그것은 뛰어난 인간의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은근히 강조한다.
<랜섬>은 할리우드 스타일,스타를 살리기 우해서라면 시나리든 뭐든 다희생시킬 각오로 영화를 만드는 그 무지한 방식을 노출시키는 영화이다. 따라서 영화의 끝에서 아니 영화를 보는 동안 줄곧 궁금해 하던 의아심을 관객은 마침내 불만스럽게 내뱉게 된다. 『유괴범은 억만장자의 아들을 왜그토록 끈덕지게 안 죽이는거야? 억만장자 쯤 되야 유괴된 아들을 구할 수 있다는 거야, 뭐야?』
<채명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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