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개최되는 추계 컴덱스. 세계 최대규모 전시회답게 내로라 하는 정보기술(IT) 관련업체들은 이 기회를 통해 그동안 공들여 개발해 온 최신기술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그리고 이들 업체는 관람객에게 여기서 발표된 첨단제품을 조만간 소매점 진열대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약속한다.
따라서 약속대로 하자면 그 해 컴덱스에 출품됐던 신제품은 다음해부터 서서히 시장을 형성하고 컴퓨터시장의 성수기인 연말 크리스마스시즌에는 구매붐을 이루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러나 올 크리스마스시즌에는 지난해 컴덱스에서 주목받았던 첨단기술을 본격적인 상품으로 만나기 힘들 듯하다.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를 비롯,고속 PC 케이블모뎀, 영화와 같은 그래픽 수준의 컴퓨터게임 등 지난해 컴덱스에서의 발표를 통해 올 연말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신기술이 상품화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들 신제품이 내년 크리스마스시즌에나 히트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해마다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신기술이 당장에라도 시장에 나올 것처럼 업체들이 호들갑을 떨며 고객들의 기대심리만 잔뜩 부풀려 놓는 것도 한 몫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업체간 기본적인 규격합의로 예정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양산됐어야 할 DVD 플레이어의 경우 이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업체와 미국 영화사간의 소프트웨어 저작권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데다 개발업체간에도 구체적인 표준규격이 완전히 합의되지 않아 일부업체를 제외하고는 본격적인 출하를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또 7개의 서로 다른 멀티미디어기능을 가진 컴퓨터에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Mpact1칩의 개발업체인 크로매틱 리서치社도 최근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혀 당초 올 연말에 이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대대적으로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일부만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필립스 일렉트로닉스도 이와 비슷한 Mpact칩인 「트리미디어」를 내년 1, 4분기에나 출시할 예정이다.
인텔은 MMX기술을 채용, PC의 오디오, 비디오 처리속도를 기존칩보다 2∼4배 빠르게 한 P55C 멀티미디어 펜티엄 프로세서 출하를 내년 1, 4분기로 연기했다.
이러한 업체들의 제품 출시지연으로 고객의 구매계획에도 차질이 생겨 컴퓨터시장의 올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일반가정의 40% 정도가 이미 PC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폭발적인 신규구매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시장전문가들은 올 연말 주목받을 신제품도 별로 없다면 가격으로 고객의 발길을 끌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진행돼 온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더이상 파격적인 인하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예를 들어 1년 전만 하더라도 90 펜티엄 프로세서에 8MB 메모리, 8백MB HDD 등을 기본 스펙으로 한 제품을 사려면 2천5백달러 정도 들었는데 계속적인 가격인하로 올해는 그 정도 액수면 2백 프로세서와 32MB 메모리, 2GB HDD 등을 탑재한 펜티엄기종이나 비슷한 성능의 매킨토시를 살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춰 지난해 말 지나친 수요예측으로 물량을 과다하게 확보, 올 초까지 재고몸살을 앓아야 했던 판매점들은 올 연말에는 조심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ARS社가 최근 61개 컴퓨터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예상판매량보다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가 전체 32%에 불과하고 38%는 예상량에 맞춰 확보하고 있으며 나머지 30%는 예상판매량을 약간 밑도는 정도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너도나도 일단 물량을 확보하고 보자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컴퓨터시장의 연말 대목이 썰렁한 것만은 아니다. 3차원 PC나 노트북 신제품이 최근 잇따라 나와 성수기시장을 달구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신제품들이 약속대로만 나와준다면 「성대한」 크리스마스가 될 수도 있는 컴퓨터시장의 올 연말은 비교적 「양호한」 시즌에 그칠 것으로 시장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구현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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