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에 다단계판매 강풍

통신업계에 다단계판매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일부 후발 통신사업자들을 중심으로 「검토 가능한 마케팅기법」 정도로 거론되는 수준에 그쳐 온 통신서비스의 다단계판매가 통신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국통신의 자회사인 한국TRS가 다단계판매 업체인 서울멀티콤과 영업제휴 관계를 체결한 데 이어 데이콤이 풀무원과 제휴해 「시외전화」를 방문판매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다단계판매를 향한 통신사업자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데이콤과 풀무원의 제휴는 일단 방문판매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이를 다단계판매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데이콤측도 「법적인 문제가 해소되는 것」을 전제로 다단계판매방식 도입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통신산업의 대부격인 이들 두 회사가 이처럼 다단계판매를 직, 간접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함에 따라 그동안 다단계판매 업체와의 제휴를 검토해 온 신세기통신 등 다른 통신사업자들에게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기, 삐삐 등 통신단말기나 전화카드 같은 「단품」은 이미 다단계판매 업체들의 주요 취급상품의 하나다. 그러나 통신서비스가 다단계판매품목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온 문제다. 물론 지금까지 통신서비스는 다단계판매품목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단기간에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다단계판매를 지목하고 이를 검토하던 통신사업자들도 지금까지 드러내 놓고 다단계판매를 거론하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방문판매법이 제한하고 있는 상품의 종류에 통신서비스가 해당하느냐의 문제다.

주무부처인 통상산업부는 통신서비스를 방문판매 또는 다단계판매로 취급할 수 없는 상품이라고 못박고 있다. 물건이 아닌 서비스 상품의 경우 위탁제공이 아닌 직접제공하는 서비스만 다단계방식으로 판매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를 들어 시설이용권과 같이 액면에 가격이 표시돼 있는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통신서비스와 같이 가입자 모집을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경우는 서비스의 알선위탁에 해당하므로 이의 다단계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통신업계의 다단계판매 도입붐이 확산되자 통상산업부는 다시 유권해석을 내리기로 하고 재정경제원, 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11월 중으로 이에 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어서 결말이 주목된다.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의 문제와는 관계없이 통신업계 내부에서는 다단계판매의 도입이 통신시장에 도움이 되느냐의 문제로 논란이 한창이다. 다단계판매 도입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통신업체의 한 임원은 『최근 다단계판매를 거론하는 업체를 보면 통신시장에 갓 발을 디뎌 통신서비스 사업의 특성을 잘 모르거나 다단계판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하고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다단계판매 업체와 제휴할 경우 통신업체는 사라지고 다단계판매 업체만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단계판매방식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낮은 후발 업체일수록 다단계판매로 얻을 수 있는 가입자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이같은 논란의 와중에도 다단계판매 업체수는 계속 늘고 있다. 등록된 다단계판매 업체가 1백여개를 넘어서고 있지만 문제는 등록되지 않은 불법 업체일수록 시내전화, 시외전화, 이동전화 등 통신서비스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전직 장, 차관과 현직 언론사 대표가 회장, 고문, 사장이라는 식의 정체불명의 다단계판매업체가 한국이동통신의 삐삐 및 휴대전화, 한국통신의 국제 및 시외전화를 다단계로 판매한다고 홍보해 관련업체가 해명에 나서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아 통신업계 전체가 다단계판매 열풍속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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