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은 "베스트셀러"지만 SW는 "워스트셀러"

매뉴얼은 베스트셀러로 서점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정작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판매가 부진해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계와 출판계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최근의 사례는 한국컴퓨터매거진에서 출간한 3D 스튜디오 맥스 매뉴얼.

3D 스튜디오 맥스는 PC급 3차원 그래픽 소프트웨어로 대부분의 컴퓨터 그래픽 사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인기소프트웨어다. 특히 이전 버전인 3D 스튜디오와는 달리 윈도95, 윈도NT환경을 지원하고 PC급 소프트웨어로서는 성능도 뛰어나 일찍부터 그래픽 사용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한국컴퓨터매거진에서 초판을 내놓자 3D 스튜디오 맥스 매뉴얼은 종로서적과 영풍문고, 을지서적 등 대형서점에서 인기순위 5∼8위에 랭크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매진사태를 몰고 왔다. 「포토샵 와우북」 이래 대형 서점가에서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의 서적으로서는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보통 컴퓨터 서적의 경우에는 초판을 2천부 출간하는데 이 매뉴얼의 경우 인기도가 높아 1만부 판매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출판사측의 판단이다.

그러나 해당 출판사들이 매뉴얼의 판매호조에 즐거워 하는 것과는 달리 정작 소프트웨어는 판매부진을 면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3d 스튜디오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3차원 그래픽 소프트웨어로서는 가장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매뉴얼과는 달리 판매는 극히 저조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3D 스튜디오 맥스 국내 공급원인 오토데스크 코리아의 남기환 부장은 『매뉴얼이 잘 팔린다는 것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용자들의 높은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전 버전에 비해 기능 향상이 두드러져 판매가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 소프트웨어는 예상밖의 저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인기높은 비주얼 C++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비주얼 C++의 경우는 1권의 매뉴얼이 발표된 3D 스튜디오 맥스와는 달리 출판사와 서적수도 20여종에 달한다. 현재 삼각형, 대림출판사, 비앤씨 등 대부분의 컴퓨터서적 전문출판사에서 출간된 C++ 매뉴얼이 서점에서 팔리고 있다.

영풍문고의 경우 지난 2개월 동안 팔린 비주얼 C++매뉴얼 판매부수가 6백 여권에 이를 만큼 인기다. 독자층이 얕은 컴퓨터 프로그램 분야로는 높은 판매율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서적만큼 팔리지 않고 있다. 2차원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포토샵과 코렐드로우도 매뉴얼은 판매가 잘되는데 소프트웨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포토샵의 경우에는 「포토샵 와우북」이라는 매뉴얼이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발간된 후 2만부 이상이 팔려 소프트웨어의 판매 증가율을 앞지르는 폭발적인 판매 기록을 세웠다.

특히 출판사인 안그라픽스에게는 출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준 효자상품으로 알려져있다. 이처럼 매뉴얼은 판매가 잘되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판매가 부진한 가장 큰 원인 개인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 구매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매뉴얼을 구입해 사용법을 익힌뒤에는 정품을 사지 않고 해당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3d 스튜디오의 경우 대부분 불법복사본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프트웨어는 불법복사본을 사용하고 매뉴얼로 공부하는 풍토가 일반화해 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판매량보다 매뉴얼 판매가 월등이 많다는 것이 출판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소프트웨어 공급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매뉴얼 출간에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컴퓨터 출판사의 기획팀장은 『절대강자가 없는 분야에서는 시장점유를 높이기 위해 매뉴얼출간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며 『다만 매뉴얼의 폭발적인 인기현상이 해당 소프트웨어의 판매확대로 이어지지 않아 불법복제방지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규태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