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1C 첨단기술 (20);차세대 엘리베이터

지난 56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원자력으로 가동시키는 엘리베이터와 헬리콥터 1백50대가 착륙할 수 있는 데크를 갖춘 1마일(1.6㎞) 높이의 초고층 빌딩을 건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구상은 당시는 말할 것도 없고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건축가들의 비웃음을 샀다. 엘리베이터 기술의 한계를 감안치 못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축기술이 발달하고 차세대 엘리베이터가 등장함에 따라 무제한에 가까운 높이의 빌딩을 설계할 수 있는 등 허무맹랑던 그의 구상이 실현될 날이 멀지 않았다.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UTC)사의 자회사인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최근 세계 건축가들이 구상중인 초고층 빌딩에 적용할 차세대 통합수송시스템을 발표했다.

「오딧세이」라고 명명된 이 새로운 시스템은 고도의 컴퓨터 급송 엘리베이터 기술과 함께 오티스의 셔틀 및 엘리베이터 시스템에서 현재 사용중인 수평 및 수직운송 기술을 통합한 것이다.

승객들은 트랜지터라는 캡을 타고 수평으로 또는 수직으로 여행하고 주차장 같은 외진 곳에서 「하이퍼」라고 하는 고층빌딩의 꼭대기나 빌딩의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로프의 무게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무한정 높이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기존 기술로 실현가능한 높이는 6백m짜리 빌딩 정도였으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4백52m 페트로나스 타워스다.

전세계 엘리베이터 업계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로프없는 리니어엘리베이터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용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세월이 흘러야 할 것 같았지만 오티스는 이러한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초고층 빌딩을 몇개의 구간으로 나누고 각 구간마다 수직운송 장치를 설치해 카가 수직운송-수평운송-수직운송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오티스측은 이 오딧세이가 6백m에서 1천m, 또는 그보다 높은 빌딩운송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고층 빌딩용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급송기술이 요구된다. 이 회사는 퍼지로직을 이용한 제어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고객들의 평균 대기시간을 대폭 단축시키고 있다.

한편 오티스의 오딧세이는 사람들을 주차장에서 터미널과 쇼핑지역으로 신속히, 그리고 편안하게 이동가능한 수평, 수직운송 시스템을 결합함으로써 대형 공항의 능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기존 엘리베이터 설계를 위해서는 하나의 빌딩이 마치 수직으로 서 있는 탑의 개념으로 인식돼 왔는데 비해 오딧세이는 건물을 탑의 개념이 아니라 섬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하나의 거대도시인 빌딩내에서 수직, 수평운송을 담당하고 이와 동시에 빌딩과 빌딩(섬과 섬)을 연결함으로써 빌딩간 통합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오티스측은 현재 이 시스템을 1백40층 규모의 미국 트럼프타워에 적용하기 위해 설계하고 있으며 오는 98년경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티스측은 또 아시아에서도 2개의 초고층 빌딩을 대상으로 설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1백층 규모의 빌딩이 향후 몇년안에 착공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체들이 이러한 신개념의 엘리베이터를 채택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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