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의 이번 톰슨멀티미디어사 인수는 전자업계에 일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세계 컬러TV시장에서 7위에 머물렀던 대우전자가 일약 1위로 뛰어올랐을 뿐 아니라 지난해 LG전자의 미국 제니스 인수에 이어 우리나라 전자업체의 위상이 일순간에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대우전자가 2조원을 훨씬 웃도는 부채를 가진 부실기업을 인수한 이유도 이렇게 설명된다.
대우전자는 우선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가전시장 석권」이라는 정상을 올라서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특히 최대 약점인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분기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우전자는 최근 대대적인 해외투자를 단행하면서 가전부문의 선두기업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를 세계화시키기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배순훈회장이 토로했듯이 그동안 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함으로써 대우의 얼굴은 사실상 그늘에 가려있었다.
즉 톰슨멀티미디어의 인수는 대우전자가 세계시장의 전면에 나서서 과감한 경영을 펼칠 수는 있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우전자는 또 세계 전자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차세대 핵심기술력을 보강하는 것은 물론 컬러TV의 경우는 기술을 공급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TV원조로 불리는 미국 RCA가 거둬들이는 순수 로열티 수입만도 연간 2억5천만달러에 달하고 톰슨 멀티미디어는 위성방송 수신기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광픽업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인수 과정에서도 프랑스측으로부터 높이 평가받았던 대우전자의 생산기술력및 경영능력과 톰슨멀티미디어의 기술력을 융합하면 세계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와 대우전자 양측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이번 대우전자의 톰슨멀티미디어인수가 장미빛만으로 포장돼 있지는 않은 듯하다. 무엇보다도 톰슨 멀티미디어가 부채덩어리의 부실기업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측이 톰슨멀티미디어를 의식해 톰슨그룹(톰슨SA)을 인수하는 기업에는 1백10억프랑의 부채를 탕감해주겠다고 밝혔지만 톰슨멀티미디어에는 약 50억프랑(약 10억달러)의 부채가 남게 된다. 이 중에서 일부를 이번 톰슨그룹 인수업체인 라가르데르측이 떠안는다 해도 대부분은 대우전자의 몫으로 남게된다.
배순훈 대우전자 회장이 톰슨멀티미디어 인수후 가장 역점을 둔 부분으로 생산비용 절감을 꼽은 것도 톰슨멀티미디어의 경영을 조속히 흑자로 돌리는 일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프랑스내 톰슨멀티미디어의 식구들을 줄이지 않기로 약속함으로써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감소나 공장철수와 같은 특단의 조치는 프랑스의 해외공장에서나 단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결국 톰슨멀티미디어의 경영문화도 대우전자처럼 「탱크주의」로 삼겠다는 배회장의 의지가 얼마나 조속한 시일내에 실효를 거두느냐에 따라 톰슨 멀티미디어의 장래는 물론 대우전자의 세계화전략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윤재 기자〉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보조배터리 내부 절연파괴 원인
-
10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