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전심의 위헌결정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이미 영상관련업 전체로 확산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번 판결이 국가기관에 의한 문화상품 사전검열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언론, 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에 정면으로 배치됨을 확인시켜 주고 있기 때문에 관련법 개정이 영화만의 문제가 아닌 음반, 비디오, 새 영상물 등 全영상관련업계의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영화의 경우 이번 판결로 말미암아 무삭제 재상영 및 개봉을 선언했던 영화사들이 극장협회의 반발로 무삭제 여부를 보류 중이다. 최근 영화사들은 서울시 극장협회가 『공륜 심의를 받지 않은 영화는 상영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 이로 인해 극장이 확보되지 않자 문제의 장면들을 자체적으로 삭제할 것인지, 무삭제 상영을 강행할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다.
그 예로 명보극장은 오는 19일 개봉할 예정이었던 영화 「쇼킹 아시아」의 상영을 취소했다. 독일과 홍콩 합작영화인 「쇼킹 아시아」는 아시아에서의 잔혹한 체험과 문명의 이단자들 사이에 전해 온 독특한 관습들을 담은 충격 다큐멘터리로 성전환 수술장면, 일본 섹스박물관 공개장면 등이 이미 공륜 심의에서 문제돐어 삭제된 영화.
이 영화의 수입, 배급업체인 (주)월드 시네마는 헌재결정 이후 무삭제 상영을 기본방침으로 삼고 개봉을 추진했으나 개봉극장을 확보할 수 없어 현재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외에도 「프리스트」, 「해적」, 「그들만의 세상」 등의 영화업체들도 무삭제 상영여부를 두고 극장과 관객 사이에서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이미 가요에 대한 사전심의가 없어진 음반업계의 경우 영화의 사전심의 위헌결정을 계기로 수입음반 추천업무가 공륜 및 (사)한국영상음반협회를 통해 유지되고 있어 이 업무를 실질적인 사전검열 행위로 해석하는 외국직배사 및 수입상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비디오업계는 문체부가 『일반 가정으로 직접 보급되는 유통질서의 특성상 공륜을 통한 사전심의를 계속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가장 심한 반발이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극장에서 무삭제로 상영된 영화를 비디오 시청자들은 가위질 된 상태에서 감상해야 할 근거가 어디에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적극적인 대응을 감행해 官의 눈 밖에 날 경우 득(得)될 게 없다』는 인식으로 행동에 나서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비디오CD, CD롬, 게임 등 새 영상물의 음비법 포함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던 소프트웨어 제작업체 및 관련 단체들은 이번 위헌판결을 최대의 호기(好機)로 삼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비디오CD, CD롬, 게임 등은 소프트웨어지 영상물이 아니다』는 근본인식과 함께 현행 음비법에 따른 공륜의 심의제도 때문에 불필요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해 왔다고 보고 위헌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아울러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비디오 관련단체와의 연합전선을 모색, 이 업체들은 궁극적으로 새 영상물에 대한 문체부와 공륜의 규제가 철폐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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