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정수기 사후관리 문제있다 (중)

여타 가전제품과 다른 정수기의 특성은 성능만큼이나 지속적인 사후관리가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수기의 사후관리는 크게 2가지 범주에서 생각할 수 있는데 정수기 생산업체가 품질검사에 합격한 이후에도 일정하게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지 품질인증기관(정수기공업협동조합)이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과판매업체나 사용자가 필터교체나 물탱크 청소를 제때에 해줘야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발효된 정수기 검사규정 제21조에 따르면 정수기공업협동조합은 시중에 유통되고있는 검사필증부착 정수기를 수거, 검사하고 기준에부적합하거나 내용물이 임의로 변경된 제품에 대해선 시정조치를 취하도록사후관리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환경부가 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대해 실시한 특별감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정수기공업협동조합의 사후관리실적은 단 1건도 없었고 사후관리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립환경연구원과 신한국당 김문수의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가정중 32%가 필터교환 시기를 놓지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처럼 필터관리에 허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조사반은 많은 소비자들이 필터교환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않는데다 정수기업체들이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물론 이번 조사는 국내 정수기 사용가정의 전체적인 상황으로 판단하기엔조사대상 규모가 미미한 면이 있지만 정수기 사후관리에 맹점이 있는 것을입증하고 있다.

정수기 필터교체는 정수기업체 입장에서 볼 때 상당한 수익성을 지닌 부대사업이다. 웅진, 청호 등 역삼투정수기를 대표하는 전문업체들은 AS활동의대부분이 필터교환이며 연간 수십만건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정수기업체들이 판매시점에서 필터교환에 대한 정보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전반적으로 소극적이다. 왜냐하면 4∼5개의 필터가 장착된 역삼투정수기의 경우 사용자들이 연간 3∼4번 정도 필터교환 서비스를 받아야 하며 이에 들어가는 비용부담도 연간 15만∼20만원 정도에 달해 이점에 대해 소비자들이 저항감을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수기 검사규정(제24조)은 정수기의 특성에 관련된 주요사항과 사용설명,소비자정보 등을 상세히 표기해 부착하도록 되어있으나 이 역시 환경부 특별검사결과 「물」마크를 획득한 대부분의 제품이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질적인 AS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수입업체나 영세업체들의 사후관리실태는 매우 열악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정용 정수기의 평균 대당가격이1백만원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추가부담이 잇따르는 필터교체에 대해 번거럽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정수기업체들에 따르면 정수기 필터교환을 제때에 하는 사용자는전체의 30∼4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정수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생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기 집에서사용되는 정수기에 대해 잘알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22.6%에 불과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종합해볼 때 정수기업체들은 필터교환에 대한 대소비자홍보 강화와 함께 필터의 수명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기술적인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수기업체들은 필터교체를 부대사업으로 인식하면서 필터원가에 AS출장비와 일정한 이익까지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필터교체를 망설이게 하고 궁극적으로 정수기의 안전문제와 연결되고 있다.

또한 필터간 호환성이 없는 것과 필터조달 및 교체작업을 판매업자에 의존해야만 하는 현실도 문제점의 하나이다.

이와 관련, 정수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수방식이 동일한 경우 소비자들이 제조회사에 상관없이 직접 필터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건전지나 전구를 갈아끼우듯이 필터교체를 할 수있다면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 적기에 필터를 교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국립환경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수기의 사후관리는 필터 자체뿐만 아니라 상수도 환경, 소비자의 정수기 사용행태 등 변수가 많은 복합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일차적으로 판매업체와 소비자가 필터오염에 따른 안전문제를 최소화할 수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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