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특집] 전자산업 대변혁-가전산업 구조조정

가전산업은 지금 엄청난 구조조정기를 겪고 있다. 국내외 경제 및 무역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다 멀티미디어사회로의 이행 등과 얽히고설켜서 뭔가달라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가전3사가 더 이상 「가전3사」라는 틀 속에 머무르지 않고 「전자3사」로탈바꿈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가전산업의 구조조정 속도와 그 폭을 짐작할 수있다.

전자3사가 추진하는 구조조정 중에서도 가전부문은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단순 가전에서 탈피해 정보가전을 중심으로 한 멀티미디어로의 중심이동을 가장 큰 모토로 삼고 있는데 이는 경영조직에서부터 사업품목 조정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전자3사가 올들어 경영혁신을 대대적을 추진하고 사업품목 정리작업에 깊숙이 빠져든 것 등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몇달 사이에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가전산업의 구조조정은 물론 전자산업 대변혁의 물결이 얼마나 거세지고 있는가를 가늠케 한다. 가전제품 생산의 해외이전 또한 기업경영의 세계화 및 현지화를향한 전자3사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먼저 가전사업 품목의 재조정을 보자. 사업품목 재조정 중에서 올들어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는 회사내 대단위 멀티미디어 조직의 등장을 첫번째로 꼽을 수가 있다. 사업품목 조정이 조직 재편성을 수반하게 마련이지만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연말이나 연초의 조직개편 때도 아닌 연중에 엄청난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3월에 김광호 대표이사 부회장 직속으로 하는 「멀티미디어 총괄」조직을 신설했다. 새로운 사업품목이 등장한 게 아니라 가전의 AV와 정보통신의 정보기기사업을 한데 묶어 이를 바탕으로 멀티미디어사업을 수면 위로 부상시킨 것이다. 삼성전자가 조직개편을 통해 올해를 「멀티미디어사업 본격 추진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에서도 이러한 의지는 분명히 나타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멀티미디어사업은 김광호 부회장의 직접적인 진두지휘로 일원화됐으며 가전과 컴퓨터간 사업 및 기술의 융합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 88년 11월에 삼성그룹이 삼성반도체통신을 삼성전자로 흡수합병시켜 사업부문간 시너지효과 극대화에 성공을 거둔 것처럼 이번에는 삼성전자내에 멀티미디어 총괄이라는 거대한 미래지향적사업조직에 가전과 정보기기를 섞어 다시한번 시너지 효과 극대화라는 대어(大魚)낚기에 나선 것이다.

LG전자도 삼성의 뒤를 이어 7월초에 멀티미디어 사업본부를 새로 출범시켰다. 이 멀티미디어 사업본부는 TV, AV, 디스크, 정보시스템, 통신기기 전략사업단위(SBU)를 통합, LG전자내에서 가장 큰 사업조직으로 등장했다. 또 키친웨어, 리빙웨어, 전기부품SBU를 한데 묶어 리빙시스템 사업본부로, 영상디스플레이SBU를 디스플레이 사업본부로, LCD SBU를 LCD사업본부로 재편하는등 멀티미디어 사업본부와 함께 4개 대단위 사업본부를 출범시킨 것은 LG전자가 전략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구조 조정에 해당한다.

LG전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제조(HW) 중심의 사업구조를 SW중심으로 옮겨가는 포석을 두었다. LG전자미디어 소그룹(CU)회의에서 이같은방향을 정립한 후 기술전략 부문(CTO) 직속으로 운영사업부(OBU)급인 소프트웨어 & 서비스 담당을 신설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국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인수합병, 기술소싱 등에 주력키로 하는 한편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접촉해온 해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LG전자기술전략을 총괄하는 서평원 부사장은 이와 관련,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승자가 멀티미디어 시장경쟁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LG전자는 위험성이 높은 대규모 투자나 전략적 제휴보다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기업을 주대상으로 한 소규모 제휴 쪽에주력하겠다』고 구체적인 설명까지 덧붙였다.

대우전자는 작년말 조직개편 때 TV사업부와 VCR사업부를 통합해 부사장급이 직접 관장하는 전자경영본부를 출범시키고 연구조직도 TV사업부내 영상연구소와 중앙연구소를 통합해 전자연구소로 일원화, AV를 중심으로 한 멀티미디어 사업 및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에 반도체사업부도 (주)대우로부터 이관받음으로써 대우전자가 추구하는 TV중심의 멀티미디어기술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업품목 재조정 작업도 초미의 관심사다. 전자3사는 벌써부터 주력품목과버릴 품목을 골라내기 위한 작업을 추진, 조만간 구체적인 윤곽이 들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자3사의 사업품목 조정방향은 중소기업형 제품사업의 이관,저부가가치 제품사업의 중단 또는 해외이전, 해외 수출제품 및 범용제품의적극적인 해외 현지화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非전자적 성격이 강하면서도이윤은 낮고 시장경쟁만 치열한 제품은 수술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대신에멀티미디어군을 중심으로 한 전략품목에 본사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게 골자다.

일례로 전자3사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거의 모두 옮긴 일반 오디오의 경우 LG전자는 본사의 사업부 기능 자체를 중국으로 이관시켰으며 나머지 회사도 옮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전제품도 주력공장을 해외로 옮기기 위한 세부계획을 짜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본사의 기능은 지역별로 해외공장의 가닥을 정립하면서 집중화 사업분야인 멀티미디어 관련제품의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는 쪽으로 서서히 변모해가고 있다. 아직은 전자3사의 모습이 이런 방향으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올들어 단행한 일련의 조직 재편성이나 사업품목 조정작업 등이 그 틀짜기의 일환이다.

이같은 흐름에 비추어볼 때 국내공장의 재구축도 필연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5대 가전제품을 비롯한 주요 가전제품의 주력공장이 아직까지 국내에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품목별 주력공장과 본사 사업부의 기능을 해외로 옮긴다 하더라도 국내공장은 지금보다도 더 탄탄한 모습으로 변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자3사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 공장합리화와 불량률 제로를 토대로 한 생산성 1백% 향상이다.

우선 국내공장의 생산구조는 차세대 신상품 및 고급형 제품을 중점 생산하는 방향으로 바꿔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우선 수원공장을 2∼3년내에 AV제품생산 전용라인으로 탈바꿈시키고 각종 멀티미디어기기와 고선명(HD)TV 등 차세대 첨단제품을 중점개발, 생산하는 형태로 바꾼다는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생산설비도 첨단장비로 대체해 이 공장을 첨단 전자단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백색가전단지를 구축하고 있는 광주공장에선 한국과 일본시장을 겨냥한 고급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저가모델 등은 복합화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 판매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구미 컬러TV공장과 평택 VCR공장을 광폭TV, 비디오CDP를 내장한TV, CD롬 VCR,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등 새로 개발되는 복합상품이나고급상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쪽으로 개편시키고 중단기적으로 현재의 생산물량 중 50% 정도를 해외생산으로 돌리기로 이미 방침을 정했다. 또 이들공장과 청주공장을 멀티미디어기기와 광픽업, DVD용 디스크 등 핵심부품의생산기지화시킨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대우전자는 국내공장에서의 제품생산을 전체 모델수는 줄이고 히트상품을중심으로 한 주력모델을 중점 생산하는 형태로 운영키로 하고 공장합리화에대대적으로 나섰다.

이미 일본 가전업체들이 추진해온 본국 공장의 고부가형 전환을 전자3사가이제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자3사는 궁극적으로 국내에선 첨단 및 핵심기술에 대한 개발체제를 구축하고 해외에선 안정적인 현지경영을 조속히 실현시켜 브랜드 세계화를 달성,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전자산업 대변혁의 물결 속에서 일류기업으로 우뚝서겠다는 명확한 목표아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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