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특집] 정보인프라 점검-유통 어디까지 와 있나

서울 방배동에서 한 가전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민식씨. 그는 다른 어느 대리점 사장보다 유통정보화에 관심이 많다. 컴퓨터를 통해 매장의 제품 재고파악은 물론 수발주, 대금결제, 고객관리 등을 자동처리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는 매장에 설치돼 있는 컴퓨터 앞에 앉으면 따분하다. 본사와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연결돼 있는 컴퓨터를 통해서는 본사의 제품정보와 공지사항등 일반정보를 비롯해 제품판매현황, 고객정보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기때문이다. 정작 유통정보화에 핵심이 되는 제품의 수, 발주나 대금결제, 경영분석 등은 거의 곤란한 실정이다.

『대리점에 설치돼 있는 컴퓨터는 단순 고객관리나 제품판매에 따른 재고파악에 활용될 뿐, 판매관리, 서비스, 배송업무 등을 체계적이고 신속하게처리하는 데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품이 생산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유통점들이 매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유통정보 인프라가 잘 정비돼 있어야 한다. 특히 최근외국 선진유통업체들의 국내 진출과 함께 유통체계가 선진화하고 있는 점에비춰볼 때 유통정보 인프라구축은 국가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단순히 물류비를 줄이고 매장운영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뿐만아니라 국가 및 산업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유통점들의 정보관리체계는 미약하기 짝이 없다. 유통정보화의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른 유통점보다 정보화가 잘돼 있다는 백화점의 경우만 보더라도 제품의재고관리, 고객관리, 거래처 관리 등은 제대로 돼 있지만, 제품의 주문에서자동발주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자대리점들의 경우도 이와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전산화가 잘돼 있다는 가전대리점들의 경우는본사차원에서 전산화를 독려해 대부분의 유통점들이 컴퓨터를 설치해 놓고있으나, 본사와 대리점간의 정보교환업무 이외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컴퓨터의 이용률도 미약해 전체 대리점의 절반이상이 컴퓨터를그냥 방치하고 아직까지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가전업체들의 분석이다.

가전대리점들이 이럴진대, 이보다 못한 컴퓨터, 전자상가의 매장의 유통정보 관리체계는 어떤 형편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없지만 대부분의 중소 유통점은 단순 고객관리나 정보관리에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을 뿐이고 유통정보화의 중요성을 모르는 유통점들도 상당수에 이를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부터 유통시장이 전면개방되고 국내업체간의 유통정보화 구축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업체들이 전자문서교환(EDI)이나 부가가치통신망(VAN) 등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설문조사내용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얼만전 한국유통정보센터와 한국무역정보통신이 공동으로 전국 1백61개 한국표준바코드(KAN코드) 사용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1.3%가 EDI나 VAN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42.8%가 들어본 적만 있다고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는 있으나 이용은 안 한다는 응답도 36.5%에 달해, 실제로 EDI나 VAN을 이용하는 업체는 10개중 1개꼴에 불과하고 EDI나 VAN을 이용하지 않는 업체중 48.5%가 앞으로 도입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수, 발주 등 거래처와의 업무연락에는 전화이용(81.1%), 영업사원의방문(11.3%), 팩스이용(6.8%) 등 대다수의 업체가 재래식 방법에 의존하고있었다.

실제로 백화점을 제외하고 전국 1만여개에 이르는 전자유통업체들 가운데컴퓨터를 도입해 그런대로 체계적인 유통정보를 관리하는 업체는 20% 정도에그치고 있다. 판매시점관리(POS)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는 중소 유통업체들은1%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미국의 경우는 EDI를 사용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 매건별로 50달러의 벌금을 물리면서 유통정보체계를 과학화하고 있다. 또한 정부차원의 유통정보 인프라구축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유통선진화를 꾀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사이버마켓 등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체간의 공동전산시스템을 구축, 정보공유는 물론 정보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제 유통정보화는 「세계적인 대세」가 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컴퓨터통신망을 이용해 주문이나 결제업무를 일괄처리하는 EDI를 이용할경우 재래식 방법에 의해 제품을 유통시키는 것보다 비용이나 오차를 크게줄일 수 있다. 종합 물류정보망이 갖춰진다면 기업들의 물자흐름과 정보흐름이 완벽해져 물류개선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화물발송지에서목적지까지 EDI망을 통해 물류처리가 일률적으로 이뤄져 시간단축은 물론 물류서비스 차원에서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중소 유통점들의 정보화를 촉진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건교부는 종합 물류정보망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종합 물류정보망 구축에 나섰으며, 중소기업청은 유통시장 개방과 대형 유통업체의 등장으로 영업이 위축된 중소 유통업체들의 경영합리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간 30억원의 공동정보화 자금을 마련해 중소 유통업체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유통정보센터는 올해중에 유통업계의 상품판매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POS데이터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POS데이터서비스란 POS시스템을 운용하는 유통업체로부터 단품별 매출데이터를 수집, 분석, 가공해 상품별 매출현황, 판매동향(인기상품과 비인기상품파악 등), 시장점유율 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 후 이를 제조 및 유통업체에 제공, 마케팅전략 수립 및 경영정보화를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완성될 경우 국내 유통업계에 POS시스템이 폭넓게 보급돼 유통정보화가 앞당겨지는 한편, 유통업체 및 제조업체들은 상품판매동향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어 합리적인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국의 유명 유통업체들의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종합전자업체들의 유통정보망 구축이 활발해지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전대리점에 전산정보시스템인 「자이언트」를 구축하기로하고 통신기능을 강화한 새로운 시스템을 출시, 현재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않은 대리점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설치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도 2년 전부터 본사와 대리점을 LAN으로 연결한 「메이저」를 구축한 데 이어 최근까지는 대리점이 판매, 재고, 고객관리 업무를 효율적으로처리할 수 있는 「하이마스시스템」 설치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우전자는 현재 LAN을 통해 본사와 1백65개점간에 연결돼 있는 종합 유통정보 시스템을 올해내 대도시 대리점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며, 현대전자도 재래식 경영에서 의존하고 있는 대리점들의 매장경영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한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자분야에서 유통정보 인프라구축은 전자유통의 발전과 함께 경쟁력 강화에 절대절명의 과제라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원 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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