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이맘 때 어느 날 오후. 내가 탄 차는 잠원동쪽에서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앞길로 좌회전을 하기 위해 전진하고 있었다. 뉴코아백화점 앞 네거리에서 경남아파트 앞 고가도로 밑까지의 길지 않은 직선 도로 통과에 걸리는 시간 예측은 그냥 「무지 오래 걸린다」뿐.
『어, 너 이 길 언제 알았어?』
그러나 잠시 후 나는 난공불락이라고 생각했던 구간을 피해서 구반포쪽으로 유연하게 전진하고 있는 후배에게 존경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것도 정보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그래 맞다. 이것도 책으로 내자.샛길 정보. 제목은 「막히면 돌아가라」』
『사이즈는 글로브 박스에 넣을 수 있는 정도가 좋겠지?』
『차 안에서 보기 편하게 제본이 됐으면 좋겠어요.』
『떡제본 말고 링제본으로 가지 뭐.』
『형 근데 돌아간 길이 또 막히면 어떡하죠?』
『그 땐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구반포를 지나 이수 교차로로 접어들기도 전에 우리는 책 한 권의 기획을마치고 있었다.
「막히면 돌아가라」는 우리 물건 중에는 소품에 속하는 것이었다. 소품으로 생각했으니 기획안도 차 안에서 즉흥적으로 완결된 것 외에 추가 검토가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의 반응이 의외로 선풍적이었다. 신문, 잡지, 라디오, TV, 하다못해 사보까지 수많은 곳에서 「막히면 돌아가라」를 소개한 까닭에 아직도 이 책 이름을 얘기하면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이 경험과 관련해 「아이디어」에 대해 몇 가지를 얘기해 보겠다.
첫째, 정보는 일종의 아이디어 상품이다. 원래 없던 정보는 없다. 「지금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간파해 새롭게 꿰어 내놓는 물건이다. 생각해 보라. 내가 없던 길을 만들었는가?
둘째, 「아이디어는 돈」이 아니다. 아이디어는 구체화 할 때 일단 가치를가진다. 그러나 아직도 그건 돈이 아니다. 거기서 멈춘다면 작품이라고밖에불릴 수 없다. 그것을 팔았을 때, 즉 상품이 되어서 환금화 됐을 때 비로소「아이디어는 돈」이 되는 것이다.
셋째, 아이디어에 대해 애착을 갖지 말라. 아이디어는 웃음과 같고 눈물과같아서 언제든지 나온다. 자기 딴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꿍치고 있는 경우를 본다.아이디어는 환경의 산물이기 때문에 일종의 「아이디어의 동시대성」이 있다. 남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게 얼마나 우스꽝스런 짓인지 알게 될 것이다.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려면 우선 여러사람들 앞에 공개해 위험요소를 줄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획을 즉흥적으로 끝내는 것은 금물이다.
넷째, 아이디어의 권리는 작다. 마케팅, 환금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당신이 이 부분에 경험이 없다면 반드시 전문가들과 협조해야 한다. 「이건 내아이디어인데」하고 억울해하거나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 작품은 당신 것일지라도 마케팅능력은 그들이 당신보다 몇 배 몇 십 배 세월을 들여 닦아온그들만의 것이다. 그리고 더 냉정하게 얘기하면 그들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
다섯째, 그래도 아이디어를 가지고 승부를 걸어보길 권한다. 특히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김석은 차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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