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 후공정 장비업체간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요즘 반도체 시황위축으로 인해 소자업체 못지 않게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장비업계다. 반도체3사가 공장 신, 증설 계획을 유보하고 발주한 장비의인수를 미루거나 심지어 취소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속출하자 장비업계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장비가격이 최고 몇십억원 이상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여서 이를 취소할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몇개월만 장비인도를 미뤄도 금리부담이 엄청나 당장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다는 것이 장비업계의 설명이다.
이같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전공정장비 및 유틸리티 공급업체와 후공정장비업체간의 반응이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한마디로 동종업체간에도 명암이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는 것.
이처럼 동종업체간 반응이 다른 이유는 주문장비의 취소 및 인도지연이 일단 신규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전공정장비나 유틸리티분야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통상 후공정장비는 전공정장비 구축 후 평균 10개월 뒤에 구축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타격이 적고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 만큼 후공정시장의 영향은 별반 없다는 분석이다.
이는 전공정업체들의 매출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L, V, A, K사 등유력 전공정업체 관계자들은 『업체마다 회계연도 기준이 달라 일괄적으로말하기는 힘들지만 당초 목표대비는 말할 것도 없이 전년 실적보다도 30∼50%가 줄어들 것』으로 한결같이 보고 있다.
전공정장비업체인 V社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경기가 한창이었던 1∼2년전부터 대다수 장비업체들이 국산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기 때문에 최근의 경영악화로 버틸 수 있는 업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전공정장비업체들이 고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정작 이들이 우려하고 있는것은 소자업체의 외국행이다. 반도체3사가 미국과 영국 등지에 공장을 구축할 경우 장비는 현지구매가 원칙인 만큼 지금 이 어려움을 극복한다 해도 앞이 안보인다는 얘기다.
『지금 예상대로라면 올해는 그렇다 쳐도 내년에는 완전히 장사를 공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국내 소자업체들의 미국 및 영국공장 설립시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는 그런대로 버티겠지만 제외되는 업체는 정말로 힘들어질 것이다.』(L사 C사장)
반면 후공정장비업체들의 매출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핸들러 등 테스터장비나 마킹시스템을 주력 생산하는 M사 및 D사의 매출은시황위축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20∼30% 정도씩은 늘어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전공정장비의 경우 16MD램과 64MD램장비를 혼용 사용할 수 있는 반면 후공정장비는 패키징 방식만 달라져도 장비자체를 신규 구입하거나 부대설비를 구입해야 하는 특성도 앞으로의 전,후공정업체간의 상황전개에 큰 변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국내수요 위축에 따른 유일한 타개책이라 할 수 있는 수출시장에서도 국내전공정장비업체의 경우 후공정장비업체와는 달리 사실상 독자적인 영업이 어렵다는 점도 전공정장비업체들의 앞날을 주름지게 하고 있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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