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유럽도 인터넷 열풍

유럽에 늦바람이 불고 있다. 불과 일년전만해도 미국은 물론 아시아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던 유럽이 최근들어 인터넷 열 풍에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지역 인터넷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은 비싼 통신요금. 하지만 미국 컴퓨서브의 유럽 온라인시장 참여를 계기로 양상은 바뀌기 시작했다. 뒤이어 유럽의 통신업체, 미디어업체, 케이블TV업체들이 인터넷시장으로 속속 뛰어들면서부터 유럽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럽 인터넷시장에서의 경쟁은 독일에서만 1백2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도이치 텔레콤(DT)을 필두로, 75만 유럽인에게 서비스중인 미국컴퓨서브, 이어 지난해말 대서양을 건너온 아메리카 온라인(AOL)이 25만의가입자로 뒤를 쫓고 있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 반면 서비스철칙인 박리다매를 지켜가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대형 업체들과는 달리 현지 중소규모업체들은 인터넷 콘텐츠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출발한 프랑스의 인포니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제공을 포기하고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네트워크보다는 콘텐츠로 나가는 것이장, 단기 수익에 도움이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보조를 맞춘 일부 통신업체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느니 차라리 다른 업체의 콘텐츠를 구입하는게 낫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일반고객을 대상으로한 유럽의 인터넷시장은 거대업체는 네트워크접속서비스를, 중소규모업체들은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럽의 케이블TV시장과 어느정도 유사하다.

한편 이달초 유럽에서는 유럽만의 독자적인 인터넷서비스를 표방하며 출범한 유럽온라인이 서비스 8개월만에 파산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다. 현재 서비스중인 인터넷서비스업체 가운데 절반정도는 내년에 볼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인 미국 데이터퀘스트社가 유럽에서 웹(WWW)에 연결된컴퓨터를 지난해 4백20만대에서 올해말까지는 2배이상 늘어난 9백60만대로추산하고 있는 것처럼 이 지역 인터넷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유럽인들의 인터넷 마인드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21세기는 인터넷의 시대」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의 인터넷 사용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실제로유럽 인터넷접속서비스시장의 약 80%정도를 기업용이 점유하고 있다. 이를두고 이 지역 시장조사업체인 오범社 관계자는 『돈이 되는 길은 기업에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 기업들은 인터넷을 이용해야 하는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다.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유럽 통신업체들의 회선이용요금은 미국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 따라서 기업들이 인트라넷으로 데이터 전송채널을 전환할 경우 이 비용은 최대 10분의 1까지 절감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한 새로운 인트라넷애플리케이션의 개발도 한층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전화업체및 케이블TV업체들은 이윤이 낮은 일반고객대상 인터넷서비스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전쟁터는 기업시장으로 옮겨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MFS 커뮤니케이션즈, AT&T, 영국 텔레웨스트등이인트라넷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또한 지역적으로는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등 스칸디나비아반도 3국의인터넷시장 성장세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 맞먹는 PC보급률을 보이고 있고 또한 기후요건등으로 인한 이동통신서비스의 발전으로전화요금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는 다양한 인터넷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이 인터넷시장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분명 오래되지 않았다. 이에대해 유럽업계는 『본래 주인공은 늦게 등장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물론미래 인터넷무대의 주역이 될지, 단역으로 그칠지는 전적으로 자신들의 노력여하에 달려 있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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