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통신업계에서 이해욱 한국통신 이사장만큼 「격변의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인물도 드물다.
그의 이력이 이를 설명해 준다. 이해욱 한국통신 이사장은 서울대 상대를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정부에 들어간 이후 체신부 우정국장, 통신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을 거치면서 관료로서의 입신은 물론 편지 배달이 「주 임무」라고 각인되었던 체신부가 정보통신의 메카로 탈바꿈하는 변화의물결을 지휘했다.
오랜 관료생활을 마치고 국내 최대 정부투자기관 중 하나인 한국통신 사장을 맡아 역시 음성 전화서비스기관이라는 개념을 디지털 시대의 정보통신 본산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는 지난 93년 KT 사장 자리에서 퇴임한 이후 최근에는 3가지의 직함을가지고 있다. 한국통신 이사장, 통신개발연구원 자문위원, 경희대 산업정보대학원 교수가 그것이다. 이런 그가 최근 「멀티미디어 시대를 해부한다」는책을 출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해욱 이사장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경희대의 강의 준비를 하면서 우연치 않게 시작됐다. 그는 현직에 있으면서 외부 특강에는 어느 정도 단련이되었으나 막상 6개월∼1년 단위의 정보통신 강의를 맡고 보니 교안 작성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의 준비를 위해 일본이나 미국에서 발간된 정보통신 관련 서적을 모조리수집, 독파하는 과정에서 동료 교수들이 아예 책을 한번 써보라고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멀티미디어가 정부, 기업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일반화 되어 있지만정작 정확한 개념은 어느 곳에서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 콘셉트 확립 차원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특히 자신의 경험을 들어 정부나 기업이 아무리 첨단 정보산업을 강조해도 일반 국민들의 마인드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회 인프라로서의 정착은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 보다 알기 쉽게 국민들이 멀티미디어의실체에 접근하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그가 정의하는 멀티미디어의 개념은 명쾌하다. 디지털과 쌍방향 통신이라는 기본 컨셉트를 주축으로 인접산업과의 경계를 허무는 특성이 멀티미디어의 3대 핵심요소라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신 전문가이다. 그는 현안이 되고 있는 정보통신 시장의 대외개방에 관해 상당히 적극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WTO체제 출범 이후 어차피 세계 경제의 무한경쟁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무조건개방을 저지할 것이 아니라 국내 업계의 자생력을 최대한 육성하면서 그 폭과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우리 업계도 시장이 한정되어 있는 내수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을 무대로 뛰어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국제 경쟁력은 하루 아침에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 의식보다는 적극적인 대외 마케팅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1차 장비에 이어 2차 서비스시장까지 개방되면서 외국기업의 일방적인 국내시장 잠식은 막아야하고 그를 위해서는 국내 시장의 보호, 육성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는 국내 업계가 자생력을 기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국내 통신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여놓았다는 전전자교환기의 경우 정부가 ETRI에 개발 용역을 주고 이를 다시 국내 4사가 전수 받아 교환기를 제작하며 한국통신은 적당한 물량을 각사에 배당, 일정 시장 수요를 보장해 주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이제는 시장 상황이 이러한 방식을 더 이상 허용하기어려운 지경이 됐다고 한다.
전전자교환기의 예는 기반기술이 취약한 초기 단계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외국기업이 들어오고 불공정 기술개발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까지 번득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이를 통해 확보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업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보호와 육성에 안주하다 보면 국내 기업의 기술 발전은 계단식으로이루어질 수밖에 없지만 외국의 경쟁사들은 45도 각도의 사선으로 기술개발이 진행돼 결코 그들을 뒤쫓지 못하고 숙원인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오랜 공직생활 중 한국통신의 개념을 바꾼 것이 가장 기억에남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통신 사장 취임(88년 말)시 당시만 해도 음성정보에 치중했던 KT를 영상정보, 멀티미디어부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도록 미래를 향한 준비에 역점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KT의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 기업통신 서비스를 강화하고 무궁화위성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을 수행한 위성통신시장 참여, 목동 등에서시범서비스로 호평을 받은 케이블TV서비스 등을 추진했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최근에 모두 꽃을 피우고 있다.
그는 또 연구소 개념이 없었던 한국통신에 일본 NTT를 모델로 한 7개의 연구소를 만들어 인력을 확보하고 정보통신부문의 중추 연구센터로 육성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독서광이다. 특히 세계사 및 미술사 등 역사서적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서적을 독파하고 있다. 최근에는 취미인 독서와 여행을 동시에 만족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독서를 통해 얻는 지식을 휴가를 이용, 직접현지를 찾아가 확인하고 새로움P 느끼는 재미를 만끽한다고 한다.
<이택기자>
이해욱 이사장 약력
서울생(1938년)
서울대 상대,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행정고시 합격
체신부 우정국장, 통신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
한국통신 사장(1988∼1993)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이사장
현재 한국통신 이사장, 경희대 산업정보대학원 교수, 통신개발연구원 자문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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