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공해 전자파 ..차폐장비 속속 등장

「삐삐(호출기)는 허리 뒤로 차라. 몸 앞쪽에 부착할 경우 전자파의 영향으로 딸을 낳게 된다.」 요즈음에도 직장인들이 신봉하는 「민간요법(?)」이다.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가는 이같은 논리의 과학적 타당성은 제쳐 놓더라도 삐삐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진 이야기이다.

이보다는 이론적 검증을 거쳐 학계의 전문가나 정부기관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도 있다. 「잠자기 전에는 전원 플러그를 빼 놓으세요」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침실에는 가급적 전자제품을 두지 말고 컴퓨터 모니터를 사용하려거든 디스플레이가 작은 노트북을 선택하거나 아예 17인치 이상 대형 모니터를 활용하라는 요령도 덧붙여진다.

정보화 사회의 급진전으로 갖가지 역기능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정보기기에서 발생하는 유해 전자파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사회 문제로 등장했고, 이에 대응한 관련업계의 각종 차단제 개발열기도 뜨거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유해 전자파는 크게 세 가지 부류로 영향을 미친다.

우선 정보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인체 유해현상을 일으키는것이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국회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한국통신의 114 교환원들이 집단으로 VDT 증후군 환자로 판명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한국통신이 지난 95년부터 1년간 전국의 교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수 검진결과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교환원 2천9백37명 중 2백56명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유해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일종의 직업병인 VDT증후군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인체에 직접적인 피해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검증규격을 실시하고 있는 스웨덴의 한 의학연구소는 전자파에 민감한 사람들의 경우 휴대폰 때문에 부작용을 느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70 가량 떨어진 밀폐상자 속에 휴대폰을 가동시킨 상황에서 전자파에 민감한 7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중 3명이 두통, 감각마비, 안면통증 등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정보통신부나 보건복지부 등이 나름대로의 대책을마련하고 있다. 정통부의 경우 국산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유해 전자파가 국제 기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제출됨에 따라 관련부처와 협의해전자파의 인체 유해기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통부는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백내장, 중추신경 장애, 생식기능저하 등의 우려가 있다며, 국내 유통중인 휴대폰을 수거, 외국기준과 비교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아예 일반인들이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지 않도록 행동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전원 플러그를 뽑아 놓고, 전기담요, 전기히터, 전기시계 등 비교적 전자파가 많이 발생하는 기기들은 잠들기 전에 가동시키며, 잠잘 때는 가능한 한 플러그를 뽑아야 한다.

또 휴대폰은 강한 마이크로웨이브를 발생시키므로 사용할 때에는 안테나를뽑아서 사용하고, 가급적 마이크로웨이브 발생량이 적은 제품을 구입하도록하며, 교류전류를 사용하는 국철를 탈 때에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전동차를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출기나 무선전화기 등은 전자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아 안심해도 좋다고 한다.

전자파의 피해유형 두번째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의료기의 오작동이다. 각급 병, 의원에서 환자 진료에 사용하는 정밀 측정장비들은 대부분전자파 간섭에 매우 민감하다. 병실에서 이같은 기기가 작동할 때 휴대폰을사용하는 것은 전자파간의 상호 충돌을 일으켜 의료기기의 오작동을 초래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의 주요 병원들은 이같은 사례를 직접 경험, 최근에는 병실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키고 있는 추세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병원이 이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항공기내에서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야하는 것도 이같은 범주에 속한다.

전자기기의 유해 전자파가 이처럼 정보사회의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이를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각종 제품 개발과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존에는 기껏 모니터에 부착하는 보안경 수준이던 것이 이제는 아예 첨단 소재를재료로 한 의복으로 팔리고 있다.

이색상품으로는 전자파 차단 러닝과 팬티 등 속옷이 대표적이다. 일본업체가 전기 전도성이 있는 물질을 이용, 코팅한 실로 제작한 섬유로 만든 이들제품은 전자파 차단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이 속옷을 착용하고 컴퓨터작업을 할 경우 3백의 전파를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원적외선을 방출, 항균효과도 있다고 한다.

이 제품은 일반 속옷과 무게 차이도 거의 없을 뿐더러 기존 세탁기를 사용, 세탁할 수도 있는데 가격이 한 벌당 6만원대로 다소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서 개발된 전자파차단 섬유를 상품화해 앞치마, 조끼, 가운 등을 공급하는 T사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미 H통신, S사 등에 가운과 조끼를 대량공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일주일에 20시간 이상의 컴퓨터 작업을 피하라고권면받는 임산부용 앞치마, 임신복, 전자레인지용 장갑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자파차단 밴드도 등장했다. 컴퓨터 양면에 간단히 부착할 수 있는 이 제품은 유해 전자파의 양을 스웨덴 안전규격 수준으로 낮추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밖에 아예 니켈과 동을 코팅, 전자파를 차단하는 의류와 휴대폰용 모자까지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해 전자파 문제는 앞으로도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고 이에 대응한 관련 시장의 폭도 훨씬 넓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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