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웨이퍼업계 경영난 심각

D램경기 위축으로 인한 소자업체들의 잇따른 감산조치와 증설계획 지연으로 장비, 재료 등 반도체 주변산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웨이퍼업체들이 몇중고에 시름을 앓고 있다.

최근 웨이퍼업체들을 괴롭히는 주 원인은 수요부진과 가격인하 압력. 특히수요부진은 소자업체들의 재고조절로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공장앞에서 지켜서 웨이퍼를 반강제적으로 가져가던 소자업체들이 최근 들어서는 주문을 미루는 것은 물론 기존 수주물량의인도도 기피하고 있다.』(LG실트론 김대홍 상무)

실제로 수급차질에 대비해 통상 2개월어치 이상의 재고를 안고 갔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업체마다 15일 내지 길어야 20일 정도의 물량만을 보유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게다가 원가절감 차원에서 그간 양산용(프라임) 웨이퍼물량만큼 사용하던 테스트모니터(TM)용 물량도 크게 줄인 데다 재생(리사이클링)용 물량도 크게 늘려 실제 수요감소 물량은 눈에 나타난 수치보다 훨씬 크다는 게 웨이퍼업체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웨이퍼 품귀파동이벌어졌던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가격인하 압력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D램 가격하락 보전을 위해원가절감에 앞장서고 있는 소자업체들은 지난 6월부터 핵심재료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비중이 높은 웨이퍼업체들을 우선 대상으로 5∼10% 수준의 단가인하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압력이 최근 들어서는 일본업체들의 저가공세와 맞물리면서 무조건 거부할 수만은 없는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 자국에서의 수요기반이 약한 미쓰비시는 물론 스미토모, 고마츠까지 엔저를 등에 업고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실트론이 이미 2, 3% 정도의 가격인하에 들어갔고 포스코휼스도 인하를 검토중이다.

웨이퍼업체들의 또 하나의 고민은 현재 남아도는 물량의 처리문제. 당장을위해서는 당연히 동남아 등 해외시장으로 돌려야겠지만 시장속성상 한번 간물량을 다시 국내로 돌리려면 보통 1, 2년은 걸린다. 만약 시장상황이 호전될 경우 국내업체에 제때에 공급하지 못하는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버틸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포스코휼스나 실트론 모두대대적인 증설을 감행해 올 연말이면 생산능력이 각각 월 20만장(8인치 기준)이 훨씬 넘어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원자재인 폴리실리콘 조달은 여전히 어려운 데 반해 수요시장 상황은 지난해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어 앞이 안보이는 국면』이라며 현상황은 반도체경기위축에 따른 소자업체와의 고통분담이 아닌 「고통전담」이라는 게 웨이퍼업체의 푸념이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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