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온라인이 좌초했다.
「유럽인에 의한, 유럽인을 위한, 유럽인의 온라인서비스」를 표방하며 지난 94년 6월 발족한 이래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유럽온라인이 마침내 이달초룩셈부르크 통상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처음 서비스를 선보인 유럽온라인은 7개월 보름남짓만에 총 가입자 2만5천명, 부채 4천만달러를 안은채 2년만에 온라인서비스시장 뒤안길로사라지게 됐다.
유럽온라인은 독일 부르다, 영국 피어슨, 프랑스의 마트라 아셰트를 주축으로 미국 AT&T, 룩셈부르크의 금융업체들이 참여해 설립한 룩셈부르크소재온라인서비스. 실패할 요소들을 배태한채 출범했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시작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비스개시를 불과 한달 앞두고 서비스방식을 美 AT&T의 인터체인지 플랫폼에서 인터넷 플랫폼으로 수정했다. 이 와중에 참여업체와 서비스 실무진간에 갈등이 빚어지면서 창립멤버였던 마트라 아셰트가 발을 뺐다. 이어 피어슨도 상당량의 주식을 매각하고 뒤로 나앉았다. 인터넷시장의 성장을 예상한당시의 판단은 옳은 것으로 판단됐지만 어쨌든 3개의 축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지탱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또한 AT&T마저 포기한 인터체인지 플랫폼을 버리는데 6개월이상의 오랜 심사숙고의 기간이 있었다. 이처럼 느린 방향전환으로 인해 기술적인 작업이지연됐다. 때문에 출범할 당시와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유럽의 온라인시장환경에 새롭게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동안 인터넷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프랑스는 미니텔을 기반으로 단단한 서비스기반을 갖게 됐고 독일에서는 도이치 텔레콤(DT)이 아성을 구축했다. 게다가 미국의 컴퓨서브, 아메리카 온라인(AOL)등 거대 온라인서비스업체들이 물밀듯이 유럽으로밀고 들어 왔다.
유럽온라인은 무엇보다 자신이 이들 거대업체들과는 체급이 다르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대규모 온라인서비스업체들은 인지도높은 브랜드 이미지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각국시장에서 정착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유럽온라인은 현지 서비스라는 프리미엄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경쟁업체들이 서비스의 속도등 품질을 높여가고 있을 때 유럽온라인은 허송세월만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들어 제휴, 협력과정에서 유럽 온라인의 경영진이 보여준 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르다의 철수로 붕괴를 몇달 앞두고도 유럽온라인 관계자들은 2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말하는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컴퓨서브와의 협상을 무위로 끝냈고 미국 ITT社와의 마지막 남은제휴선도 끊었다.
유럽업계 관계자들은 유럽온라인의 실패가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최근 4개월동안에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의 온라인서비스인 비디오 온라인이 문을 닫았고 이어서 유럽온라인이 파산한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온라인시장 전망은 어둡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근거는 미국의 컴퓨서브가 유럽상륙 10년만에 80만가입자를 헤아리고 있고 AOL과 제휴를 맺은 독일 베텔스만의 서비스도 1년만에 가입자 20만을 넘어서고 있다는데 있다. 또한 인터넷을 비롯한 유럽의 온라인서비스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 2천7백개의 인터넷서비스업체중 8백개이상이 유럽에 있는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유럽온라인의 경우에서 처럼 업계의 성장이 곧바로 업체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 유럽온라인의 파산은 유럽 온라인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풍요속의 빈곤」이 있을수 있다는 유럽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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