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집중조명가전제품허와실 (14);세탁기

지난 70년대 세탁과 탈수를 별도로 하던 2조식 세탁기로 시작된 국내 세탁기산업은 80년대들어 1조식 세탁기로, 90년대 들어선 퍼지·뉴로퍼지등 인공지능제어방식이 가미된 전자동 세탁기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1백56만여대가 팔린 93년을 정점으로 국내 세탁기시장은 보급률 1백%에 육박하는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정체국면을 맞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으로 볼 때도 역시 포화상태이다. 세탁기시장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회전날개방식은 세탁·헹굼 등 기본성능에서 소비자가 판단할 때 거의 우열을 가름할 수없을 정도로 각사의 수준이 이미 평준화되어 있다.

가전업체의 세탁기 개발진들은 이미 국내에서도 회전날개방식으론 왠만한시도는 다했지 않느냐 하는 평가를 하고 있으며 새로운 세탁방식을 택하지않는 한 경쟁사와 완전히 차별화되는 제품을 내놓는데는 한계에 이른 것으로보고 있다.

즉 각사가 매년 신제품·신모델을 선보이고 있지만 기존제품에 대한 보강이나 편리성·디자인 등 부가기능 측면의 향상이지 기본성능과 직결된 획기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도표 참조〉

이러한 이유로 인해 최근 수년간 국내시장에서 발표된 세탁기는 대우전자의 「공기방울」과 동양매직의 「폭포봉」을 제외하곤 실질적인 기술향상이란 측면보다는 마케팅 측면의 판촉포인트 발굴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농후하다.

물론 성숙기시장에서 눈에 띄는 판촉포인트를 부각시켜 치열한 생존경쟁의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도 국내 세탁기 기술발전을 재촉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판매신장만을 의식, 내용이 부실하거나 기존의 것과 유사한 기술을 과장된 화려한 광고·판촉활동으로 포장, 가시적인 효과를 노리는사례가 많은 것은 「외화내빈」의 한 단면이다.

또한 일본업체의 기술을 모방, 독자개발한 최신기술인 것처럼 자랑하는 관행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94년이후 회전날개에 봉을 결합한 것과 세탁조상단에서 순환수가 쏟아지는 낙하물살기능은 소비자들로 부터 매우 참신한아이디어로 호평받았지만 실은 일본 기술을 모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에대해 상품기획및 설계관계자들은 가전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1년 단위로 짧아지면서 촉박한 시간과 아이디어 고갈에 따른 고충을 호소하고 있으나근본적으로 일본의 그늘을 벗어나기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모방하는 데 익숙해진 굴레를 벗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최근 세탁기기술과 관련 세계적인 추세는 물·세제절약, 세탁시간 단축을통한 친환경·省에너지 제품개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물론 나라마다 사용환경에 따라 채용되는 기능의 우선순위는 다르겠지만 국내에서도 이러한움직임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우·동양매직 등이 채용한 순환펌프를 이용한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이미 상품화했고 삼성과 LG전자가 드럼식 세탁기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90년대 하반기는 국내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세탁기를 탄생시키기 위한 과도기적 시도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세계화를 선언한 국내 가전업체가 단순히 물량이 아닌 앞서가는 기술로써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시점이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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