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업계 PCB납품가 인하 압력에 업계 불만

세계적인 인쇄회로기판(PCB)시장 침체가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최근 국내 주요 세트업체들이 PCB납품가 인하압력을 강화, 가뜩이나 수요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PCB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의 PCB수요처인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PCB 협력업체들과의 회합을 갖고 전자제품의 국제경쟁력 회복을 위해 PCB공급가를 평균 3∼5% 인하해 이달부터 소급 적용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현대전자가 구매기준 변경을 통해 구매가를적지않게 인하한 데 뒤이은 것으로 삼성이 사실상 국내 세트업계의 PCB구매가격 등락을 주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나머지 세트업체들의 동조를 부를것으로 전망된다.

세트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보통 PCB가 기본적인 구매품목으로 각종 부품의 재료비산정 기준이 되는데다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며 특히 최근의 PCB 핵심소재인 원판(CCL)업체들의 가격인하 움직임과 경기침체로 인한 PCB 공급과잉 현상을 기회로 구매가를 내리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PCB업계는 『세트업계가 「원판가격인하」를 가격인하 요구의 큰이유중의 하나로 들고 있으나 아직 원판업체들이 구체적인 방침을 확정하지않은데다 설사 인하가 된다해도 소폭일 것으로 보여 삼성의 요구선인 3∼5%대는 원판으로 치면 13∼14%대의 가격인상 효과를 가져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반발하고 있다.

PCB업계는 특히 세트업체들이 지난해 4월 원판가 인상분만 일부 보전해줬을 뿐 지난해 9월 인상분(평균 13%대)에 대해선 전혀 조정이 안돼 2차 인상분이 모두 PCB업계에 전가된 실정인데도 단지 최근의 원판가격 인하조짐만으로 PCB구매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PCB업계의 한 관계자는 『1년전만 해도 현금결제 등 중소업체지원책을 앞다퉈 내놓더니 반도체 경기가 퇴조하자 맨먼저 부품구매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협력부품업체를 궁지로 몰면서까지 몇십센트에 불과한 PCB가격을 깎는 것이 과연 국산 전자제품의 국제경쟁력 회복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한편 삼성 등 세트업체들의 가격인하압력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에 대응, 10여개 주요 PCB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잇따라 대책모임을 갖고 공동대응방안을 모색하자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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