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거리전화서비스 업체들의 지난 2·4분기 동안의 성적표가 나왔다.
업체별 장거리전화서비스 수요량의 증감률이 나온 것이다.
서비스 수요는 매출이나 순익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을 뿐 아니라 업체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게다가 이 기간은 ’96 연방통신법 발효후 「완전경쟁을 통한 서비스품질향상」이라는 대의를 앞세운 서비스의 결과가 나오는 분기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따라서 이 기간은 미국 장거리전화서비스시장을 비롯한 통신시장 전반의 지형변화를 엿볼 수 있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즉, 이런 여러가지 공통분모 속에서 나온 이번 통화량 발표는 연방통신법을 겨냥한 업체들의 전략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또는 업체들이 어느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 가야 하는지 등을 가늠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하겠다.
연간 7백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국 장거리전화서비스시장에서 AT&T·MCI커뮤니케이션스·스프린트 등 3社는 2·4분기 동안 통화량이 평균 12% 늘어나는 견실한 성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각각 55~58%, 18%, 9%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1, 2, 3위를 달리고 있는 이들 3社의 2·4분기 수요증가 추세는 완전한 역순을 보이고 있다. 스프린트·MCI·AT&T의 순으로 된 것이다.
AT&T의 경우, 경쟁 2사에 비해 성장비율이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AT&T는 지난 3개월동안 수십만명의 고객을 상실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사관계자는 『우리의 성장이 업계성장률을 앞지른 적은 없다. 하지만 분명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있다. 이것이 비정상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미국내에서만 한해2천만명정도가 서비스업체를 바꾸는 상황에서 2.4분기의 통화수요의 감소는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MCI는 이 기간동안 14%정도의 통화수요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스프린트의17%, AT&T의 7%를 누르고 1위에 올랐던 1.4분기의 21%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진 수치다. 1.4분기의 수위자리는 소규모업체들에게 고객을 잃는 대신 경쟁2社로부터는 많은 고객을 흡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4분기의 기세대로라면 MCI가 당분간 3社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 관계자도적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2년동안 영국 브리티시 텔레컴(BT)과의 제휴를 통해 음성및데이터서비스에 나서는 한편 인터넷시장에서도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는등 영업범위를 넓혀갔던 MCI인지라 이들의 수위자리 상실은 업계를 놀라게 할만했다. 결국 이같은 사업확장이 고객확보에 당장 도움은 되지 않은 셈이다.
이제는 오히려 18%로 가장 높은 고객확보 성장세를 보인 스프린트가 상승세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렴한 요금에 덧붙여 요금체계가 투명한 것이 고객확보는 물론 스프린트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예컨대 스프린트의 「센스」서비스는 미국내 어느 지역에서나 10센트로 1분동안의 장거리통화를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가입자들은 『스프린트를 제외하고 정확한 서비스요금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 업체는 없다』고 말한다. 스프린트는 지역전화시장 침투를 본격화할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들 장거리전화 3社는 비용절감에 진력하고 있다. 지난해 3개부문으로 분리한 AT&T는 시일을 두고 4만명을 감원할 계획이고 MCI는 지난해 8월 전체종업원의 7%가 넘는 3천명을 감축했다. 스프린트도 지난해 11월 2년동안에 걸쳐 1천6백명을 줄여갈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밖에 이들 업체는 앞으로 인터넷등의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비롯한 완벽한 패키지 통신서비스의 제공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가서비스는 수익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해도 구색을 갖춘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다른 업체의 서비스로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2.4분기가 갖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연방통신법이 표면적으로는 업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연방통신법의 파장을 곧바로 경제적 수치로 환산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적어도 오는 98년에 가 봐야 통신법개정에 따른 대차대조표가 나올수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지난 3개월동안의 통화량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장거리전화업계가새로운 통신법의 시행에 별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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