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초반, X선 촬영장치를 국산화하면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전자의료기기 산업은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초음파 영상진단기·X선 촬영장치 등을 국책과제로 선정,개발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자의료기기 산업을 첨단산업으로 고시하는등 기술개발을 적극 유도, 국내 업체가 X선 촬영장치·초음파진단기·CT·MRI 등 선진국형 첨단 전자의료기기를 제조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했다(물론 핵심기술의 열세로 선진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일부 전자의료기기를 국산화하지 못했고 기술자립도가 낮다는 점 등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없지는않다).
한국의 전자의료기기 산업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급속히 발전할 수 있었던것은 △전자관련 학과 및 의공학과 관련 전문인력이 충분하고 △반도체·산업용 전자기기 및 부품 등 전자산업 기반이 비교적 단단하며 △경제발전에따른 병원 및 의료기기 수요의 급격히 증가 △철저한 애프터서비스와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신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출시장 개척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기기 관련업체들이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자체부설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국내외 유명 대학의부설연구소 및 전문 연구기관 등과 공조 체제를 구축, MRI·CT·X레이·초음파 영상진단기 등 선진국형 전자의료기기 국산화에 나선 것이 결과적으로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조기 발전에 기여했다.
이처럼 민관이 힘을 합쳐 국내 의료기기산업을 조기에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렸으나 연륜이 짧아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수출시장에서의 인지도는 미미하다. 생명과 직결되는 전자의료기기의 품질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게 국제적인 추세란 점을 감안, 국내 전자의료기기 업체들은 보다 철저한 품질관리와 함께 기기의 신뢰성을 보증해 줄 수 있는 해외 유명 인증 획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국내에서도 기기의 신뢰성 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63년 제정된 약사법에 근거, 시행중인 신뢰성 보증제도에 따라 국내 전자의료기기업체들은 보건복지부에서 전자의료기기 제조허가를 득한 후에도 전문 시험기관(생산기술연구원 등)의 검사에 합격한 후 정부에서 지정한 임상시험 전문기관으로부터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정을 받아야 전자의료기기를 판매할 수있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의료기기의 품질 및 신뢰성을 매우중요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속도에 발맞춰 관련제도를개선하는 것을 소홀히 해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국내 의료기기 제도를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내 업체가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세계유명 시험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따라 거의대부분의 전자의료기기 업체들은 미국의 FDA, 독일의 TV, ISO 9000시리즈, CE 등 규격획득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 X레이 촬영장치·초음파 영상진단기·소독기·전자혈압계 등 국내에서 생산, 수출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은 FDA를 비롯 TV 등을 획득하였고 생산업체별로 ISO 9000 시리즈 및 CE마킹 등도 획득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국내외 시장개척에 주력해 온 전자의료기기 생산업체들은 지난 91년 한국전자공업진흥회(현 전자산업진흥회) 내에 10여개 중소 전자의료기기 업체들로 구성된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를 결성, 산·학·연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유도하는 한편 해외시장 개척과 관련법 개정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지난 86년부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활용, 베트남·중국·스리랑카 등 19개국 지원에 나서는 등 전자의료기기를 통한 국제협력에 나서고 있다. EDCF 기금은 37년 거치기간을 포함해 15∼22년 동안 상환하게 되어 있으며 연이율도 2.5∼5.0% 이내로 되어 있다.
이외에도 일정 규모의 여신한도(Credit Line)을 설정, 외국 금융기관이 우리나라 전자의료기기를 구매하는 외국 구매자에게 전대(Relending)토록 만들어 외국의 구매자가 한국 전자의료기기를 쉽게 연불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 전대차관도 시행하고 있다.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가 주관하고 있는 EDCF 자금을 활용한 지원사업의진행속도는 스리랑카가 가장 빨라 이르면 연내 1천만달러 규모의 의료기기를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 1천5백만달러, 인도네시아 2천만달러 사업도 상당부분 진행돼 있으며 미얀마 1천5백만달러, 말레이시아 1천5백만달러, 파나마 2천만달러, 헝가리 1천5백만달러 사업 등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발전속도가 10년은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는 의료기기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88년 이래 94년까지 출연및 융자를 포함, 총 84개 과제에 2백16억5천3백만원을 기술개발에 지원한 데이어 2001년까지 보건의료산업의 고도화 및 선진 보건복지 충족을 위한 첨단의료공학 기술을 개발한다는 선도기술(G7) 의료공학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지난해부터 시작, 이 기간중 총 1천7백3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같은 정부와 기업의 노력에 힘입어 전자의료기기 수출은 94년 7천7백34만달러에서 95년 8천1백6만4천달러로 20.4%나 증가했으나 수입은 94년 4억6천83만4천3백만원에서 95년 5억4백98만2천달러로 7.8% 증가하는 데 그쳐 점차 수입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우수한 제품이 국산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내 전체 의료기기 수요 중 약 70% 이상이 외국 제품이 차지하고 있어 국산 수요 확대를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혁신적인기술개발 체제를 확립, 선진국의 제품을 능가하는 것. 이를위해 의료기기의실수요자인 의료기관과 제조업체 및 학계간 협동연구를 위한 「의료기기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 국산 의료기기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수요처가 기술개발에 참여할 경우 기술개발 자금을 우선 지원하는 한편 병원에 임상시험 및 우선 구매의무를 부과하도록 정부의 기술개발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 및 연구소의 고급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정부 기술개발 자금은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 과제에 대해 우선 지원하는 방안도 국산 전자의료기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박효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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