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반도체 경쟁력을 살리자 (2);공장 신증설 (상)

「땅이 없다.」

80년대 중반 공장을 처음 건립할때 그토록 넓게만 보였던 삼성전자 기흥공장은 이제 신규 생산라인은 커녕 직원들을 위한 자그마한 족구장 하나 제대로 만들 공간이 없다. 인근에 부지는 있지만 수도권 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법규에 묶여 속앓이만 하고 있다.

현대전자 이천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환경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에서 현대전자는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타 산업과 비교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환경오염방지 체제를 갖추고 있음에도 여지는 없다. LG반도체는 아예 청주공장의 증설을 포기하고 구미공장으로 주력라인을 옮겨 2공장 체제로 바꿔나가고 있다. 청주와 구미는 멀리 떨어져 있어 물류문제가 만만치 않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미공장마저도 1만평의 유휴부지가 원상보존지로 묶여 있어 G2라인 이후에는 대안이없는 상태다.

반도체 3사가 재정경제원 등 관계기관의 「첨단산업 空洞化」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말레이시아 등지에 앞다퉈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이면에는 통상문제·고객밀착 마케팅 등의 요인 외에 바로 이처럼 국내 증설이 불가하다는 점이 상당부분 깔려 있다.

반도체는 시장선점을 경쟁의 요체로 하는 대표적인 타이밍 산업이다. 따라서 적기 양산체제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선행투자가 필수적이다. 특히 점점 짧아지는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차세대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통상 2∼3년마다 새로운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

게다가 반도체는 대형 제조장비를 필요로 하는 장치산업이어서 대단위의부지를 요구한다. 기본적으로 차지하는 공장면적이 큰데다 耐震을 위해 다층보다는 단층라인을 구축할 수 밖에 없고 유틸리티 공급시설·크린룸 배관·자가변전소·환경관련시설 등 각종 부대시설이 차지하는 면적 또한 만만치않다. 또 라인당 소요부지가 16MD램 2만5천평에서 64MD램(3만평)·256MD램(5만평)·1GD램(6만평) 등 고집적 제품으로 갈수록 더 많은 땅이 필요해 앞으로도 부지부족 현상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속수무책으로 그저 당국의 처분만을 바라는 실정이다. 우선 공장 지을 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땅이 있어도 「수도권 정비계획법」 「공업배치법」 등 20여개의 각종 관계법령들이 공장 신·증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가 무조건 수도권 인근지역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항공 중심의물류·용수·전력 등 기본적인 생산인프라가 조성되지 못한 곳에서는 반도체생산이 불가능하고 기존 공단시설로는 청정도 유지가 어려워 정상적인 수율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임원)

현대전자의 한 임원도 『반도체공장을 짓는 데는 사전검토에서 장비발주·설치에까지 통상 2∼3년이 걸리는 데다 새로 공장용지를 마련할 경우 각종부대시설을 비롯한 인프라를 갖추려면 4~5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무한경쟁 양상을 띠는 반도체시장에서 경쟁력 저하를 가져오는 주요인으로작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여기서 주춤한다면 D램시장 탈환에 열을 올리는 일본은 물론 최근 정부가 앞장서 반도체 전용공단을 조성해주는 등 메모리산업 육성을 위해발벗고 나서는 대만에게 추월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항구적인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제품의 조기양산체제 구축이절대적』이라는 반도체업계의 「명제」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김경묵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