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장기침체 컴퓨터 유통시장 탈불황 10계명 (9)

J사의 K대리는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 용산 컴퓨터 상가에 들렀다. 3년전 2백40만원을 주고 386컴퓨터를 구입했던 K대리는 매장에 전시된 펜티엄급 컴퓨터의 가격표를 보고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펜티엄 1백MHz 제품의 가격이 1백만원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컴퓨터 판매업체들의 마음은 그다지 편치만은 않다. 수년간 계속돼온 가격파괴 바람에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따라 내리다 보니 갈수록 마진이 줄어 이젠 제조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컴퓨터 판매시 과거와 같은 비율의 마진율을 적용한다 해도 컴퓨터 단가가떨어지다 보니 그만큼 마진도 큰 폭으로 줄어 들게 마련이다. 게다가 요즘같은 컴퓨터 비수기라도 만나면 매기가 신통치 않아 매장 운영비 조차도 건지지 못할 때도 있다.

용산의 컴퓨터 조립판매 업체인 T컴퓨터의 L사장은 점차 줄어만 가는 마진을 늘리기 위해 원가절감 방법을 택했다. 최근 출시된 다기능 통합보드를 사용해 컴퓨터를 조립할 경우 2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판단에서다. L사장은 성능면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으면서도 호환성이 뛰어난제품을 찾아내기 위해 출시된 통합보드는 모두 가져다 직접 성능시험을 한다. 우수 제품만을 선별해 사용해 온 L사장의 노력에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향상돼 단골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

컴퓨터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는 대기업에서도 원가절감을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통합보드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대우통신 마케팅부 마부일 차장은 『사운드 기능과 팩스 기능이 하나의 보드로 통합돼 있는 콤보카드와 그래픽 기능이 내장돼 있는 마더보드를 지난해부터 사용해 오고 있다』며 『원가절감 효과가 뛰어나고 그만큼 여유 슬롯도 많아지게 되므로 구매자가 얻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유명 컴퓨터 업체를 비롯해 한국휴렛팩커드, 세진컴퓨터 등도 원가절감을 위해 통합보드 사용을 점차 늘리고있다.

컴퓨터 생산업체의 원가절감 움직임에 주변기기 생산업체들도 통합제품 또는 저가형 제품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더보드 전문 생산업체인 석정전자는 사운드 기능이 내장된 마더보드를 지난 달 출시해 한달만에 3천장 이상을 판매했다. 하드디스크 공급업체인 퀀텀코리아 역시 기존 3.5인치 하드디스크보다 저장능력이 향상되고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5.25인치 하드디스크를개발해 컴퓨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석정전자의 도주선 연구소장은 『업체와 소비자 모두 비용절감은 절실히요구하는 사항이니 만큼 제조단가를 낮출 수 있는 제품개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최대의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제품개발로 불황도 쉽게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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