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명콤비 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 감독이 합작한 환상극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는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쳐 보인 수작이다. 어린이의 발상을 토대로 환상과 괴기의 세계를 탐험한다는 측면에서는 아동극의 범주에 속하나, 문명 비평적인 요소가 영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면을감안하면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를 연상케 하는 풍자극이다.
제목이 상징하듯이 현대사회 속의 인간의 자화상은 「행복한 아이들」이아니라 소외당하고 버림받은 존재인 「잃어버린 아이들」(Enfants Perdus)인셈이다. 따라서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보들레르와 랭보 이후 유럽예술사에서 큰 줄기를 이뤄온 인간 인식인 「저주받은 아이들」(Enfants maudit)의 흐름을 타고 감상해야 한다.
주네와 카로의 첫 작품인 「델리카트슨」과 두 번째 작품인 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의 질서와 평화를 깨뜨린 자의 죄의식이다. 이 영화는 음울한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창조주가 되고자 했으나 실패한 천재과학자와 그의 불완전한 피조물들이 빚어내는 욕망의 난장을 그리고 있다.
과학자의 피조물들은 난쟁이(아내), 잠꾸러기 여섯 쌍둥이(아들들), 꿈을꾸지 못해 순식간에 늙어버린 지배자(후계자), 수족관에 뇌만 떠다니는 괴물(친구) 등으로 한결같이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다.
이 괴기스러운 난장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두 사람이 있다. 고래잡이 선원 출신의 차력사(론 펄만 분)와 고아들로 구성된 좀도둑 무리의 리더인 소녀 미에트(주디트 비테 분)이다. 차력사는 쓰레기통에서 주운 어린 고아 댄레를 친동생처럼 키우는데, 어느날 애꾸눈 악당들에게 댄레를 유괴당하고 만다. 영악스런 아홉살바기 소녀와, 우람하나 바보스런 차력사의 우정과 사랑은 희망 없는 세상의 희망이요 추악한 세계를 구원하는 복음이다.
두 사람의 활약으로 원죄의 세계인 과학의 샘이 파괴되고 사로잡혀 있던아이들이 구원받는 것은 현대 유럽의 정신사에 영혼의 구제라는 테마가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 있는가를 실감케 한다.
미치광이 과학자와 여섯 쌍둥이 아들 역을 동시에 해낸 도미니크 피뇽의천연덕스러움, 인간의 뇌를 마비시키는 벼룩, 허공을 날아다니는 소녀의 눈물 등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도 재미있다.
프랑스 영화에 장 콕토 이후 사라진 환타지의 감칠 맛을 되살린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박상기·소설가〉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좁쌀보다 작은 통합 반도체'…TI, 극초소형 MCU 출시
-
3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6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7
트럼프 취임 50일…가상자산 시총 1100조원 '증발'
-
8
금감원 강조한 '자본 질' 따져 보니…보험사 7곳 '미흡'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정위, 이통 3사 담합 과징금 1140억 부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