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日産 방송장비 예외수입 현황과 대책

수입금지품목인 일본산 방송장비에 대한 최근의 예외수입 동향을 보는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전향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의 정책추진이 일관성이 결여된 데다 앞으로도 그럴 여지가 많으며 이제는 수입선다변화란 규제가 방송프로그램의 국제화란 대명제를 거슬러서는안된다는 주장들을 반영한 것이다.

사실 일본산 방송장비의 예외수입 운영과 관련해 정부의 정책이 이제까지일관성이 결여돼 왔던 것은 분명하다. 특히 케이블TV 업계는 정부의 예외수입 운영정책을 「힘있는 자에게는 아량을, 힘없는 자에게는 예외를 불허하는이중잣대」라고 혹평한다.

정부는 지난 94년말 방송장비의 예외수입과 관련해 대상처를 지상파·케이블TV·지역민방으로 분류해 차별화된 규제를 해왔다. 지상파방송에는 총 소요량의 10%를, 지역민방에는 50%를, 케이블TV는 1백% 국산방송장비 사용을원칙으로 정하고 최소물량만 호환성확보를 위해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엄정하게 지켜진 것은 없다. 지상파방송에 적용됐던 10% 원칙은 『9대를 구입할 경우에는 국산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우스갯거리로 전럭했으며 케이블TV에 적용됐던 원칙은 시작부터 케이블TV 뉴스채널인 YTN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졌다.

지역민방에도 원칙없이 적용됐다. 지난 94년 10월 14일 마련된 안에서는케이블TV 및 지역민방은 전량 국산사용을 원칙으로 했으나 이로부터 한달뒤지역민방 4사 회장단이 통상산업부 장관 면담을 갖고 지상파방송과 동등한대우를 요청하자 이로부터 20일뒤에 지역민방에는 총 소요물량의 50%를 허용해 주었다.

MBC본사에 의존, 소요물량을 일괄구매했던 지역MBC가 얼마전 자체구매에나서자 정부가 이에 50%원칙을 적용하려 했으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유야무야된 적도 있다는 후문이다.

스포츠TV·방송대·국제방송교류재단 등의 일본산장비 수입 또는 수입추진도 이러한 편파적인 예외수입에 덧붙여 이뤄진 것이다. 특히 KBS위성방송단의 일본산장비 도입은 향후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KBS가 지상파방송용이 아닌 디지털 위성방송용에 일본산 방송기기를 예외수입형식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아 수입했던 사실은 또다른 예외수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의미한다.

유력 위성방송 사업자인 MBC·SBS·EBS 등의 경우 지금까지 일본산장비를스스럼없이 사용해왔던 점과 KBS위성방송단의 전례를 들어 일본산장비 도입을 강력히 주장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나머지 7개 공공 또는 민간 위성방송 사업자의 경우도 이들을예로 들며 일본산장비 도입을 주장할 경우 정부의 대응논리가 마땅치 않을것으로 보인다. 올해중 선정이 예상되는 인천 등 추가민방에서도 이러한 주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대해 수입선다변화의 수혜를 입었던국산장비업체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적다는 점이다.

한때 수입선다변화 규제를 강력히 주장했던 국내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관성있는 정책이 요망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예전에 비해목소리가 크게 적어졌음을 엿보게 하고 있다.

국산장비업체들의 목소리가 이처럼 한풀 꺾인 것은 △기술력 확보에서의한계 △WTO 등에서 나타나는 세계시장의 개방추세 △국내 엔지니어들의 뿌리깊은 일본산 선호 및 의존현상 △수요자들의 요구를 더이상 외면만 할 수 없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문제는 이제 더이상 국산장비 보호나 대일무역적자 해소차원에서의 일본산방송기기 수입을 규제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올 하반기초로 예정된 통합방송법 제정이후에는 다매체·다채널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 케이블TV·위성방송·인터넷이나 VOD 등 뉴미디어가 서로 경합하는 본격적인 영상미디어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영상미디어시대에 방송장비만큼은 국산을 애국적 관점에서 사용하라는 주장은 이제 더이상 설득력이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에는 프로그램의 국제화로 상징되는 영상산업시대에서 우수 프로그램의 수출은 일본산장비 수입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고려돼 있다.

정부내의 관계자들조차 『영상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고있는 정부가 수입선다변화제도를 통해 그 활로를 봉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행 5년째인 방송장비관련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실패했다는 판정이 정부내에서도 내려졌다면 이제는 전향적인 제도개선을 도출해내야 할 시점이다.

〈조시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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