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KT)이 차세대 공중전화기 공급사업의 주력기종으로 국선전원(Line Power)방식의 IC카드 전용 공중전화기를 채택한 것은 일단 현행의 교류상용전원방식 공중전화기에 비해 국선전원방식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2년여에 걸쳐 한국통신과 IC카드 칩 제조회사,그리고 공중전화기공급업체들이 함께 개발해 온 교류(AC)상용전원방식의 주화·카드겸용 공중전화기는 전화기 내부에 2백20V의 전압이 유입돼 과다한 전력소모를 유발하는 등 경제성과 안정성에 있어 문제가 많은 데다 요금정보 소거현상 등의 기능상 문제도 정책변경을 불가피 하게 한 이유라는 것이다.
더욱이 하반기부터 공중전화시장에서 경쟁에 나설 데이콤의 경우 이미 국선전원방식의 공중전화기를 설치키로 결정,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한국통신도 국선전원방식 공중전화기 개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된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차세대 공중전화기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의욕적으로추진해 온 주화·카드 겸용공중전화기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화·카드 겸용공중전화기 개발 프로젝트의 실패는 단적으로말해 국내 기술수준을 감안치 않은 과욕에서 비롯된 실패작이라고 단언하고있다. 「못다핀 꽃 한송이」꼴이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통신은 올 하반기중에도 주화·카드 겸용 공중전화기 1만5천8백대를 구매할 방침이어서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중전화기 공급업체들이 반발한다고 해서 기술적으로 보완이 덜 된 공중전화기를 구매 설치키로 한 것은 정부투자기관이 갖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지적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이번 주화·카드 겸용 공중전화기의 개발 실패를 계기로 국내 공중전화기 개발 공급체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강하게제기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돼 있는 공중전화기 공급체계는 실수요자인 한국통신과 중소 공중전화기 개발업체들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공방만 있을 뿐 문제해결을 위한 협조체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98년부터 국내 정보통신시장이 개방되면 영세한 국내 공중전화기 업체들 가운데 개방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니고 있는 업체가고작 4~5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통신이 이번 IC카드 전용 공중전화기 구매계획을 통해 현행 공중전화기 개발 공급체제에 대한 전면 수술작업에 돌입한 것도 이같은 현실을 타개해 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통신은 내년 2.4분기 구매할 1만대의 IC카드 전용 공중전화기부터는지금까지 통신공업협동조합에 일임해 단체수의 계약에 의해 조달하던 방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기종이 우수한 2개업체만을 선정해 가격경쟁을 통해 1개업체의 기종만을 구매키로 한 것이다.
또한 종전 공중전화기 개발업체들이 1개 기종만을 개발, 공동으로 납품하는 지금같은 체제에서는 기술발전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동일기종을 복수업체가 제안할 경우는 1개업체만 공급업체로 선정하는 등 국내 공중전화기공급체제에 일대 혁신을 가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국산 全전자교환기인 TDX-100과 개인휴대통신(PCS)장비의 구매처럼 경쟁력있는 업체만을 한국통신이 동반자로 이끌고 나가겠다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와관련, 기술력있는 업체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점에서 국내 공중전화기 정책에 있어 「晩時之歎」이나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IC카드 전용 공중전화기 개발 공급사업도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보인다.
제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IC카드 칩의 개발방식이다. 그러나 기술적인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개발하느냐, 아니면 외국 기술을 도입하느냐를한국통신이 확실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자체 기술개발방식을 채택할 경우 성공하면 몰라도 만에 하나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 나타나는 후유증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점이 개발주체인 한국통신으로서는 최대의 고민거리인 셈이다.
<김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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