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가전사 생산현장 자율화 바람 분다

가전제품의 생산 현장에 자율화 바람이 불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그동안 획일적·타율적으로 진행됐던 품질향상 및 업무개선활동을 점차 현장 근로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한 자율활동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아울러 근로자의 현장감 있는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는 장치의 마련도 적극 모색되고 있다.

AV전문업체인 인켈은 최근 분임조 활동을 중단했다. 타율적으로 진행된 탓에 근로자들의 참여가 낮았고 그 결과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신 이 회사는 자율 개선활동제를 새로 도입했다. 개선할 문제점의 선정을 비롯해 팀장의 선출 및 팀의 구성, 일정의 수립과 방법 등 모든 것을 근로자 스스로 결정하는 제도다. 팀도 부서를 망라해 구성한다.

회사는 활동에 거의 간섭하지 않고 지원과 사후관리만 한다. 성공사례는물론 실패사례도 존중해준다. 또 그동안의 보여주기식 사례발표를 지양, 간단한 보고서 제출만으로 활동은 마무리된다.

자율 개선활동이 시작되면서 이 회사의 공장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분임조를 운영한 지난해에는 한건의 개선 사례도 없었다. 그런데 이달들어개선 주제를 모은 결과 10건이 넘게 나왔고 근로자들은 여기저기서 팀 구성원을 모으고 있다.

이 회사 품질경영실의 한 관계자는 『시작 단계라서 평가는 섣부르지만 근로자의 참여가 활발해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공단에 있는 LG전자 오디오공장의 카세트리코더 제조라인에는 5개의 소회사(分社)가 있다. 이를 경영하는 5명의 여사장도 있다.

생산직 근로자인 이들은 각자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들과 함께 작업일정과휴식시간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사장이 되기 전에는 이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 소니공장을 견학, 경영수업까지 마쳤다.

이 공장은 이 제도를 올 하반기부터 모든 생산라인으로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경북 구미에 있는 대우전자 TV공장의 PCB생산팀은 근로자들이 직접 문제점을 개선하는 「한우리 활동」을 펼친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이 활동엔 현재 15개 팀이 있다. 팀마다 4∼5명의숙련공과 비숙련공이 섞여 있다. 일부 팀을 묶은 파트의 장도 현장 작업자가맡는다.

활동범위는 주로 품질불량을 바로잡는 데 머무르고 있지만 분임조 활동 때와 달리 현장 근로자간 대화가 활발해지면서 많은 개선안이 나오고 있다.

자율 개선활동의 다른 한쪽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빠뜨리지 않고 경영에반영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광주에 있는 삼성전자 냉장고공장은 최근 팀장 자리마다 4인용 회의 탁자와 게시판을 설치했다.

이 공장 사람들은 이를 「현장 결재 나눔터」라고 부르는데 이 곳에서 현장 근로자와 중간관리자, 임원 등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곧 의사결정까지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이를 통해 의사결정 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현장 근로자들의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구미의 대우전자 TV완제품 공장의 작업현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사람들로북적거린다. 「수요 개선현장보고」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리는 것이다.

공장장과 컨설턴트, 팀장들이 작업현장을 돌아보면서 현장 근로자들로부터직접 의견을 듣는다. 이 자리에서 현장 근로자의 솔직한 의견과 이에 대한질문 및 평가가 이어진다. 이 공장의 사람들은 이 제도를 통해 끊임없이 개선점을 찾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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