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백열전구용 유리벌브를 독점생산하는 한국유리공업이 오는 7월1일부터 벌브생산을 전면 중단키로 통보함에 따라 해당 조명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업계는 금호전기·남영전구·조양전구·일광 등 내수 판매업체들과풍우실업·금강전기·한일조명·대도산업 등 수출업체들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한국유리공업의 최고경영자인 최태섭 명예회장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한편 업체들의 피해 예상규모 및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아직까진 별다른 대책이 서지 않은 상태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유리가 조명용 유리벌브 생산을 중단할 경우 원활한 대체 공급방안이 없어백열전구 생산이 7월 이후부터 전면중단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국유리에서 조명업체들에 대안으로 제시한 벌브 수입의 경우도 여러가지문제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유리벌브를 수입할 경우 적정량의 자재확보·납기·가격 등의 문제가 제대로 풀릴지 의문인데다 수입을 한다 하더라도 유리제품이어서 깨지기 쉽다는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게다가 장기간 배로 운송하다 보면 염분으로 인해 유리에 흰색의 소다물질이 오염돼 국내에서 또다시 세척해야 하는등 2중으로 인력과 자금이 낭비된다는 주장이다.
또 유리벌브를 수입에 의존해야 할 경우 특히 외국 공급선과 한국유리공업과의 제품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 규격 기준으로 생산되는 일부 백열전구는 아예 생산을 할 수 없는 상태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유리벌브 공급이 중단될 경우 국민적 불편이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백열전구는 1백47억5천만원 어치가 판매됐으며 장식용으론 12억1천만원어치가 판매됐다.
백열전구 및 이를 소재로 등기구를 생산하는 업체만도 1백여 군데가 넘을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수출업체들의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백열전구 수출실적은 7천2백79만2천달러 수준이었다. 올해에도 약 7천만달러어치의 수출이 예상되는데 유리벌브 공급이 중단되면 수출오더가 모두 취소될 위기에 처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외국산 조명제품의 수입으로 무역역조 현상 및 국내 조명산업의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한국유리공업의 유리벌브 생산중단 통보는 그 피해범위가 예상외로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조명업체들은 한국유리가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생산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며 법적인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조명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간 3천5백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이40억원도 채 못되는 품목에서 적자를 본다고 제품생산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기업윤리나 상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유리공업의 한 관계자는 『최근엔 백열전구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며 『몇년 동안 누적된 적자로 회사가존폐위기에 처해 있어 할 수 없이 내린 조치』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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