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던 전자제품에 대한 자유가격제 도입이
사실상 무기연기된 것 같다. 재정경제원은 10일 오후 재경원에서 열린 경제
장관회의에서 전자제품에 대한 자유가격제 도입문제를 포함한 물가안정대책
을 협의했으나 의류·양말·스타킹·세탁비누 등 일부 경쟁이 심한 품목을
대상으로 8월부터 시행하는 것으로만 돼 있을 뿐 전자제품이 빠져 있기 때문
이다.
사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권장소비자가격 제도가 실제 가격보다 턱없이 높
은 경우가 많아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의 의미보다는 오히려 소비자의 불신
을 초래하고 나아가 생산자 및 판매자의 경쟁 제한행위로 작용하고 있는 것
이 현실이다.
따라서 공장도가격이나 권장소비자가격 등의 현행 가격표시제를 없애고 최
종 판매업자의 소매가격만을 표시토록 하는 소위 자유가격제의 도입은 상당
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자유가격제의 도입은 국제화·개방
화라는 큰 흐름과 비교해 볼 때에도 마땅히 도입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날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는 현재 공장도가격 표시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1백8개
공산품 가운데 의류 등 경쟁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 품목들은 8월부터 표
시의무를 없애고 대상품목을 점차 확대해 나가며 업계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권장소비자가격은 올 연말까지만 허용하고 내년부터는 폐지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
따라서 전자제품에 대한 공장도가격 표시제도가 정확히 언제부터 폐지될
것인지에 대해선 현재로선 밝혀진 것이 없고 다만 권장소비자가격은 내년부
터 폐지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공장도가격 및 권장소비자가격 표
시제를 폐지하는 것만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올바른 경쟁을 유도하는 것으
로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상도의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소비자 불신이 팽
배해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제품의 경우 이미 예고되고 있는 수입선 다변화정책의 사실상 폐
지조치로 인해 일본 제품의 대거 상륙까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단
기간에 자유가격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큰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이 제도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현행의 예산회계법에 의한 예가
제도 개선을 비롯하여 종합입찰제·체크프라이스제 등 손질해 나가야 할 부
분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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