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살롱] "인터네트시대의 스타" 허진호 박사

컴퓨터업계는 연예계 못지 않은 「스타 탄생 스토리」를 갖고 있다. 무명의 젊은이들이 머리와 기술 하나로 벤쳐 기업을 세우고 순식간에 업계를 제패하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몰아친 인터네트 선풍은 국내업계에 또하나의 스타를 만들었다. 허진호박사. 인터네트 서비스 전문업체인 아이네트기술의 사장이다. 아직 「사장」이라는 직함보다는 「박사」라는 호칭이 훨씬 편안하고 익숙, 그렇게 불러달라는 그는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네트 전문가로 요즘 사업 확장에서부터 각종 회의 참석에 언론과의 인터뷰까지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있다.

허진호박사의 「상품성」이 인터네트에 있기 때문에 최근의 기술 추세보다는 인터네트를 둘러싼 몇가지 사회적 논란에 관한 공격적 질문을 던졌다. 우선 인터네트의 국내 사용자수가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이용자들이음란물에 집착한다든지 인터네트를 사용할 줄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고 심지어 그것을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까지 등장하는 환경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부터 물었다.

그는 『인터네트는 하나의 기술에 불과하다. 기술은 가치 중립적인 것이다. 이것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수준은 그 사회의 내부 역량에 비례한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인터네트도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공존한다. 이런 점을인정해야 한다. 핵도 원자력으로 쓰이는 동시에 인명을 살상하는 원자폭탄으로 활용된다』고 했다.

허박사는 이어 『현재는 인터네트 자체가 주목 받고 있지만 곧 일반화되어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네트의 확산은 불가피할 것이고 앞으로는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인터네트가 우리 사회의 인프라로 변화할 것이다. 이제는 인터네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네트가 확산되면서 이에 접근할 수 있는 국가와 컴퓨터 한 대도 제대로 살 수 없는 그렇지 못한 제3세계 국가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오히려 재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보가 곧 경쟁력이 되는 21세기에는 더욱 그렇다. 이점은 정보의 「무차별 공유」로 정의되는 인터네트의본질과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보사회에서 인터네트 없이 국가의 정보력 경쟁력을 확보하는데는문제가 있다. 인터네트가 세계적 규모로 빈부 격차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도구화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느 쪽에 서야하느냐이다. 우리의 선택은 당연히 「부」의 편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허박사는 미국의 예를 들었다. 『미국은 양면을 동시에 추구한다. 자국의 인터네트 확산에도 전력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몽고 라오스등 경제 인프라가 취약한 제3세계 국가의 컴퓨터망 구축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했다. 다른 시각으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 예이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는 또 『일본은 인터네트 후진국이었지만 이제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인터네트상에서도 국가간 주도권 경쟁은 있다. 우리도 인터네트 헤게모니 싸움에 적극 뛰어들고 우리 몫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인터네트 사용자와 관련해서는 두가지 논란이 통신 여론광장을 메우고 있다. 하나는 국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어린이들을 영어사용 환경인인터네트로 「내몰아야」하느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보의 바다」라는인터네트에 막상 접속해봐도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거나 검색이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네트 무용론의 근거가 되는 지적들이다.

허박사는 『아이들에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좋다』고 대답한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어린이들의 선택을 재단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이컴퓨터를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어 문제만 하더라도아이들에게는 외국어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하나의 기호로 받아들인다. 다행이 이를 통해 외국어로서 영어를 습득한다면 그것도 도움이 된다』인터네트 전문가인 그도 인터네트상에 떠 다니는 정보의 80%가 쓸모 없는 것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인터네트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것은 허상이다.

필요한 20%의 정보를 어떻게 찾아내고 활용하는가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보면최우선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때문에 인터네트에 접속하는지목적의식을 확실히 하고 꼭 필요한 정보만 검색하는 집중력이 요구된다』고말했다.

허진호박사는 서울대 79학번이다. 당시 서울대는 계열별 모집이었다.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자연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고향에서 최고의 수재소리만 들어왔던 자신도 이곳에서는 그냥 「수재중의 한명」이있고 학과를선택할 때가 되어서는 컴퓨터가 재미있을 것 같아 계산통계학과를 지원했다고 한다.

같은 과 친구 5명이 어울려 다녔다고 한다. 이들은 애플 신화가 탄생하고미국 텔레비디오사를 이끈 필립 황의 성공 스토리가 전해져 올 때마다 『앞으로 10년쯤 후에는 우리도 그들처럼 「중원」을 평정하자』는 결의도 다졌다. 서로의 이름 영문 이니셜을 딴 「chess」라는 모임이었다.

그 5명중에는 허박사외에도 정철 서정배 박사등 과학원에 함께 진학한 3명이 지금도 업계에 있다. 나머지 두명은 서울대 대학원으로 진학했고 지금은각각 부산외대와 성대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원에서는 정철박사와 같은 방을 쓰면서 네트워크부문을 전공했다. 컴퓨터업계 벤쳐기업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휴먼컴퓨터를 세운 정철박사와의인연은 그를 학계보다는 업계로 뛰어들게 만들었다.

허박사는 90년 과학원에서 학위를 마치고 「포스트 닥(Post DOC)」과정을위해 2년간 영국 유학을 하기로 했다. 마침 과학재단에서 후원하는 지원금까지 확정됐고 출발 일자까지 받아 놓은 상태였다. 이 때 정철 박사가 휴먼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를 했고 허박사는 결국 그 권유에 따라 국내에 주저앉은 채 업계로 들어서게 됐다고 털어 놓았다.

그후 삼보컴퓨터에 영입돼 스파크워크스테이션부문을 맡게 됐다. 그는 삼보로 옮기면서 연구소만 아니면 어디든 가겠다고 했다. 이미 학자보다는 「벤쳐정신」이 몸에 밴 모양이라고 했다. 허박사는 삼보에서 다양한 경험을쌓았다. 미케팅까지 담당했었다.

그는 지난 94년에 자신의 전공인 인터네트 서비스부문에 직접 뛰어들겠다고 결심, 아이네트기술을 창립했다. 5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인원만 벌써 99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매출액도 8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시험에 떨져 본 적이 없고 기업에서도 평사원대리 과장시절을 겪어 보지 못해 소위 「좌절」을 경험하지 않은 것이 경영자로서 자신의 장점이자 약점이라고 평하는 허박사는 요즘 과학원 시절에 즐겨했던 암벽 등산이나 집 부근 등산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희망일 정도로바쁘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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