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전산화와 개혁요구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조광조」가 안방극장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는 시류에 편승한 드라마 편성이라고 흠을 잡기도 하지만 형식주의에 빠져들기 쉬운 인간의 속성은 어딘가 한 곳에서 늘 새로운 개혁의 욕구가존재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시청률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컴퓨터의 활용도 개혁과 무관하지 않다. 간단한 예로 소위 비자금이라는비정상적 지출이 많이 요구되는 기업의 전산화 비중을 보면 알 수 있다. 발전을 거듭한 컴퓨터가 기업의 재무관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사람이 관리할 때 처럼 구조적 허점을 이용한 이중적 처리가 불가능한 까닭이다.

최근 잇따라 폭로되고 있는 세무비리 역시 가장 전산화가 앞섰던 세무업무에 아직 전산화되지 못한 부분에서 발생한 사례다. 얼마전 교통경찰의 비리가 아직 여전하다는 방송이 있었던 것 처럼 자신의 손으로 끊은 고지서에 따라 납세자의 납부가 이루어지면 그 자료가 전산화전에 수금자와 손을 잡고양쪽의 자료를 모두 없애버림으로써 세금이 개인의 금고로 옮겨질 수 있는것이다.

많은 시스템 개발자들이 개발과정에서 이런 사회의 구조적 모순 앞에서 당혹스러워 한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시스템 개발에 소요되는 많은 비용으로해서 이중적인 시스템 개발을 감당할 수 있는 고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구조적 모순은 전산화에 의한 처리의 과정을 조절함으로써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가지 예로 제품의 출고가 컴퓨터에 의해 자동적으로 확인된다면 무자료거래란 불가능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 세원으로 포착되지 않은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기업에 대한 접대비의 카드사용 비율을 확대하는사례는 이런 포착되지 않는 세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카드거래는 전산화에 따라 제삼자에 의한 확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산화에 의한 감시는 범죄행위를 다루는 경우 우리도 전산조회만으로 전국 어디서든 확인이 가능하지만 미국의 경우 개인의 신원조회는 전과뿐만이아니라 체포여부까지 전산으로 확인된다고 한다.

컴퓨터가 개혁의 기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발생한 폰뱅킹 사고의 예를 보면 컴퓨터가 지닌 허점도 사람들에게 노출되고있다. 컴퓨터를 안다면 보다 편하게 불노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라나고 있다. 한 일간지의 만화만평에 절도범들이 컴퓨터를 바라보며컴퓨터를 안다면 보다 쉽게 일할 수 있다는데 하는 탄식을 하는 장면을 보면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런지 의아하기만 하다.

비록 가능성만을 가지고 지어낸 공상적인 영화지만 최근 개봉된 「네트」라는 영화 속에서는 한 프로그래머가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모두 잃어야만하는 극한 상황이 모두 컴퓨터에 의해 이루어지는 비극이 현실로 나타날지모른다.

만일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신분을 다른 사람이 도용하고자신을 범죄자의 신분으로 바꿔 놓는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그러나 제도나 관습이 변해온 까닭은 한가지 방식에 오랜기간 익숙해서 생기는 병폐를 타개하기 위해 인간이 취해온 방법이다. 전산화가 가져올 병폐가 무서워 전산화를 늦추는 것은 현재의 문제점을 그대로 덮어두고 싶어 하는 기득권 세력의 바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김준엽· (주)아론연구소 대표>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