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아시아PCB산업 현주소(4);중국·홍콩

세계의 눈이 거대 대륙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면적 1천72㎡, 인구 6백10여만명의 조그만 항구도시에 불과하지만 이미 수 년전 1인당 GNP 2만달러를 넘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홍콩이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지닌 중국에 97년완전 합병되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총체적인 통합까지는 아직 적지않은 시간과 난제가 도사리고 있으나 홍콩과 중국의 경제통합은 급진전되고 있다. 특히 홍콩과 인접한 광동성은 심천·주해·산두 등 3대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통합중국의 새로운 경제 및 생산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 특유의 국제무역기능과 중국의 무궁무진한 노동력, 그리고 비교적 잘발달된 기간산업이 절묘하게 결합돼 광동성지역은 이미 중국전체 교역량의 40%를 소화한다. 때문에 홍콩이나 외국의 제조업체들이 광동성에 대거 공장을신축, 이전하고 있으며 중국정부는 2010년까지 이 지역을 아시아 「네마리용」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같은 환경변화에 힘입어 광동성지역은 중국의 상위 1백대 전자업체중 21개를 유치하는 등 중국전자산업을 주도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포터블·하이파이 등 오디오는 세계 최대의 생산지역으로 올라섰고 무선전화기·FDD·TV·VCR·모니터·HDD 등도 일부는 한국을 추월했다.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 광동성지역의 눈부신 발전과 홍콩의 제조기술력이 접목되면서 중국의 PCB산업의 향후전망은 상당히 밝게 비쳐지고 있다.

홍콩PCB시장조사誌인 「써키트트리」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4년 12억달러였던 중국(홍콩 포함)의 PCB생산액은 오는 2000년에 20억달러를 돌파하며 독일을 제치고 일본·미국·대만에 이어 세계 4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써키트트리는 특히 중국PCB산업이 단면·다층기판(MLB)·CEM기판·양면 등 전부문에서 고르게 성장, 2000년까지 연평균 10.23%의 높은성장률을 기록, 성장률면에서도 대만(12.3%)을 제외하고는 한국(8.57%)·싱가포르(7.72%) 등 경쟁국과 세계성장률(5.83%)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의 PCB산업은 자생력에 의한 고속 성장이라기 보다는 기존홍콩업체들과 중국에 진출한 일본업체들에 의해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현재중국에는 2백50~3백개사(홍콩 1백50여개사 포함)의 PCB업체가 존재하고 있는데 80%정도가 광동성에 위치하며 대부분은 단면 월 1~2만㎡, 양면 3천㎡이하의 영세업체기 때문이다. 특히 홍콩에 본거지를 둔 PCB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상당수 홍콩업체들이 중국 남부에 대단위 생산거점을 마련,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NTI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백대 PCB메이커중 홍콩PCB 3사의 매출성장률이 2위(텀브레이)·4위(엘렉&텍)·11위(왕)에 랭크됐고 OPC·탑서치 등 후발업체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물론 홍콩PCB업체들은 아직 외형면에서 세계 20위권인 엘렉&텍社를 제외하곤 주목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텀브레이와 왕이 각각 중국과 홍콩에 매머드급 MLB 생산공장을 건립했거나 추진중이어서 홍콩PCB 3사가 모두 조만간 세계적인 PCB메이커를 상징하는 이른바 「매출 2억달러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높은 인건비상승률, PCB를 자체 소요하는 인하우스업체 부재, 저가품 위주의 생산구조, 중국정부의 정책일관성 결여, 물·전력의 만성적 부족, 일본 세트업계의 지난친 영향력 등의 문제만 슬기롭게 해결한다면 적어도 2010년대에는 세계 최대의 PCB생산국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