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프린터-가정용 시장을 잡아라

「홈마켓을 공략하라」 올해 프린터업계의 지상과제는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부상한 가정용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

업무용시장은 대부분의 사무실에 이미 프린터가 도입돼 있기 때문에 신규수요가 발생할 여지가 매우 적은 편이지만 가정에는 프린터 보급율이 PC보급대수의 20% 안팍에 불과해 유망한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컴퓨터를 구입한 신규 PC사용자들은 프린터를 기본사양으로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홈마켓의 가능성은 매우 밝은 것으로 전망된다. 프린터 공급업체들이 홈마켓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프린터 업계는 총 76만3천대를 판매해 3천5백억원의 매출을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는 이보다 25%정도 늘어난 95만8천대가 판매돼 4천2백58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업계는 이가운데 32%인 31만대가 가정에 공급돼 9백50억원 가량이 홈마켓으로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린터업체가 가정용 시장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만큼이나 신경을 쓰고있는 분야가 포화상태에 있는 업무용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개인용 프린터」 제품군이다.

프린터 생산업체들은 개인용 프린터가 「앉은 자리에서 원하는 인쇄물을신속하게 출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 상태다. 부서마다 한대씩 설치된 프린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함께사용하거나 출력물을 디스켓에 복사해 프린터가 연결된 PC에서 인쇄하는 구식방법보다 아예 개인별로 프린터가 한대씩 지급하면 업무효율이 크게 향상된다고 설득한 것. 그 결과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는 등 새로운 시장개척 가능성이 확인됐다.

프린터업체는 특히 개인용 프린터로 판매중인 모델가격을 크게 낮춰 기업체가 부담없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있다. 이같은 개인용 프린터 전략은 포화상태에 육박한 업무용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적극적인자구책으로 평가돼 주목된다. 프린터 공급업체들이 홈마켓 시장과 개인용 프린터시장을 겨냥한 제품개발을 적극 서두르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현재 홈마켓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잉크젯 프린터 시장을석권하고 있는 한국HP사. 그 뒤를 큐닉스컴퓨터와 삼성전자, 삼보컴퓨터가바짝 추격하고 있다.

업체들이 가정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주력제품으로 손꼽고 있는 것은 저가형 컬러 잉크젯프린터와 A4용지 레이저프린터다.

삼성전자·큐닉스컴퓨터·LG전자·한국HP 등 주요 프린터 생산업체들은 가정용 시장을 겨냥, 일차적으로 컬러 잉크젯 프린터를 주력제품으로 선정, 영업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컬러 잉크젯프린터는 올해 1.4분기중 17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잠정 집계돼 전년대비 2백% 이상의 가파른 신장세를 나타냈으며 올 2.4분기에는 15만7천대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부터 판매량이 부쩍 늘고있는 A4용지 보급형 레이저프린터도 관심거리다. 특히 A4용지 레이저프린터는 올해부터 수입선 다변화품목에서 해제돼 값싼 일본산 엔진이 대거 상륙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큐닉스컴퓨터와 대우통신 등 일부 프린터 업체들은 일본산 엔진을 탑재한 신제품을 개발, 제품 양산에 들어간 상태다. 삼보컴퓨터와 제일정밀 등도 6~7월경이면 일본엔진을 사용한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린터 업체들은 일본산 엔진이 분당 4장씩 인쇄가 가능한 저속모델로 수입원가가 국산보다 30%가량 싼데다 품질도 안정돼 있다고 판단, 빈약한 보급형 A4제품군을 보강해 제품라인을 다양화시키는데 활용할 방침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안에 업체마다 3~4종 이상의 A4용지 레이저프린터 신규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돼 올하반기 프린터시장에서의 각축전이 과거어느때보다 뜨거울 것임을 어렵지 않게 전망할 수 있다.

프린터 생산업체들은 올해부터 레이저프린터 판매가격을 50만원 안팍에 파격적으로 낮춰 컬러 잉크젯 제품과 함께 시판해 홈마켓과 업무용시장에서의개인용으로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올해가 개인용 레이저프린터 보급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성급하게 단정짓고 있는 것도 이런 시장상황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올해 프린터 업계의 두드러진 변화는 PC와의 병행판매가 부쩍 늘어났다는점이다.

컴퓨터 가격이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프린터는 매년 20% 이상 가격이 폭락해 PC구입가의 30%가 넘던 제품 가격이 지금은 10%안팍으로 뚝 떨어졌다.

예를들어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펜티엄PC 가격이 2백50만원이 넘는 반면컬러 잉크젯프린터는 10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

이처럼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PC메이커들도 소비자들에게 프린터를 함께 구입하는 방안을 별 부담없이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린터가 PC구입시 기본제품으로 판매됨에 따라 시장 판도에도 적지않은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즉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 등 PC시장의 주도권을 쥐고있는 메이커들이 컴퓨터를 판매하면서 자사의 프린터를 끼워팔 경우 기존시장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PC와 함께 판매할 경우 마진폭이 지금보다 휠씬 낮아질 것이 분명해 프린터가 제품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서비스 품목으로 전략할 것이라는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용산등지의 전문상가에서는 프린터가 TV나 VCR 등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기술지원 없이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고 현금유통기능이 탁월한이른바 「박스상품」으로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PC와 연계판매가 늘어날 경우 큐닉스컴퓨터나 롯데캐논, 쌍용정보통신,신도리코, 제일정밀 등 전문업체들의 제품판매량이 격감할 것이 확실해 시장재편 가능성도 매우 높다.

프린터 업계의 첨예한 관심사는 역시 「가격」이다. 업체들마다 올해에는얼마나 가격을 내려야할지 고민중이다. 제품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국내 프린터 가격은 평균 30% 이상 뚝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프린터 생산업체들은 올해에는 컬러잉크젯프린터 시장이 급신장하고 있는데다 50만원대개인용 레이저프린터 신모델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가격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레이저프린터 부문은 값싼 일본산 엔진을 탑재한 레이저프린터가 대거 출시를 앞두고 있어 가격폭락이 불가피한 품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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