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전자악기 개발 제자리..관.산.학공동위마저 활동 중단

국내 전자악기 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 및 멀티미디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첨단 전자악기 개발활동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때 첨단악기 국산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정부 및 악기 업체들은 최근 전체 산업에서 전자악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데다 전자악기의 핵심기술인 음원칩 국산화가 힘들다는 이유로 첨단 악기 개발을 기피하고 있다.

특히 음원칩 및 칩설계 등 핵심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 94년 7월 통상산업부(당시 상공자원부)를 중심으로 악기업계·학계·한국악기공업협회 관계자 9명으로 결성했던 「2000년대 첨단 전자악기 발전방안 운영위원회」 활동마저 거의 중단된 상태여서 첨단악기 국산화를 위한 공동보조가 요원한 실정이다.

특히 「2000년대 첨단 전자악기 발전방안 운영위원회」의 활동 중단은 정부 담당자들의 잦은 교체, 악기업체들의 수입 음원칩 선호 및 전자악기 시장소폭 성장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등의 요인과 맞물려 나타난 것으로 지적돼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개발계획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자악기 공급업체들의 제품국산화 의지도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LG전자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해말 전자악기 사업을 중단했으며 영창악기는 미국 쿼즈와일사 인수로 위원회 활동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담당이사를 해외로 발령한 대우전자나 삼익악기 역시 음원칩 국산화보다 수입 음원칩 사용을 선호하고 있는 상태다.

「2000년대 첨단 전자악기 발전방안 운영위원회」에 참가했던 서울대 성굉모 교수는 『정부는 전자악기의 경제성이 작다는 이유로 국산화에 별 흥미를보이지 않고 있으며 기업들도 당장의 매출확보를 위해 수입제품 사용에만 급급한 상태』라며 『정부와 업체들의 근시안적 판단으로 전자악기 관련기술이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교수는 또 『음원칩 개발은 단지 전자악기에만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첨단 멀티미디어에서도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멀티미디어의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해 제품 국산화를 추진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상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첨단악기개발 운영위원회는 지난해말 과제를 완료한 이후 공식해체됐다』며 『위원회 활동이 저조한 것은 정부의 의지가 약하기보다는 악기업체들이 국산 음원칩 개발보다 외제 수입제품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세계적으로 전자악기 수요가 연평균 30% 이상 급증하는 등 시장성이 뛰어나지만 전자악기의 핵심부품인 음원칩에 대한 국내 기술이 전무해 이를 해결한다는 목표 아래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올해부터 2005년까지 총2천억원을 투자해 음원칩, 칩설계기술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의 종합육성방안을 수립, 추진한다고 지난 94년 7월에 발표한 바 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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