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39)

곧 헬리콥터는 걷잡을 수 없이 비틀거리고 돌기 시작한다. 기내에는 강도4.2의 지진이 났건만 야쿠자들은 무엇에 당한 것인지 감도 못잡는다.

헬리콥터는 백화점 지붕의 고찔라를 향해 미친 듯이 기운다. 기체가 갑자기 옆으로 방향을 틀고 야쿠자 하나가 열린 문으로 튀어나온다.

「아아아아!」

허공으로 날아가며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헬리콥터가 그 거대한 고찔라의 턱에 부딪치면서 고찔라의 몸체를 버티던설치대를 자른다. 둘을 담은 그물은 20층 건물의 바깥을 긁어댄다.

네온 벽이 파랑과 초록에 어울린 빨간 파도가 되어 길 위로 쏟아진다.

헬리콥터는 고찔라의 공기 빠진 머리를 꼬리에 달고 다시 어색하게 날아오르려고 한다. 고찔라는 잠시 네온 회전초처럼 빙글빙글 돌더니 폭포 같은 불꽃을 내뿜으며 기체에서 떨어져 나간다.

아직도 정신없이 이리저리 돌진하며 헬리콥터는 이제 치바시 시내를 누비듯 나아간다.

가까이 있는 다른 백화점 지붕에는 엄청나게 큰 컵라면이 세워져 있다. 거대한 젓가락이 규칙적으로 컵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어이구, 이런!」

헬리콥터가 비스듬하게 백화점 지붕으로 들어가는 순간, 젓가락이 그물을잡자 그물이 열리고 토모는 젓가락을 따라 거대한 스티로폼 컵 속으로 들어간다.

야즈와 고비를 태운 채 토모는 그대로 컵 바닥을 뚫고 지나간다.

잠시, 오토바이는 20층 건물 꼭대기의 가상자리를 따라 백화점의 지붕을배회한다.

그러다가 야즈가 방향을 돌리자 다시 살아난다.

고장난 헬리콥터는 네온 벽을 뚫고 찌그러진 칼날을 회전하며 추락하더니컵라면 속에 들어가서야 속도가 늦춰진다.

까만 옷을 입은 네 명의 야쿠자들이 헬리콥터가 지붕에서 떨어지기 직전에기내에서 나온다.

폭발물이 마치 마침표처럼 토모의 머리 위로 날라오더니 그중 하나가 건물에 연결된 문을 폭발시킨다.

야즈는 토모의 시동을 켜더니 몸체를 돌려 계단을 타고 내려간다.

사이드카는 불꽃을 튀기며 손잡이 부분을 긁고 지나간다.

「잘 잡으십시오, 박사님.」

야즈가 소리친다.

「또 한 바탕 오토바이 경주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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