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이 「밥이 곧 하늘이다」고 설파한데는 단순히 생체 에너지를 얻는먹이로서의 밥만을 뜻한 게 아니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지끼리,이웃끼리한 식탁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며 맛있는 반찬을 서로 권하고 다소간의 반주를 곁들이는 식사는 가장 사적인 축복과 친화의 자리이다. 특히 뉘엿뉘엿해가 질 무렵 하루의 노동을 끝낸 가족이 저녁 밥상에 둘러앉아 허기를 함께달랠 때,달래지는 것은 몸의 허기만이 아니다. 정서와 영혼의 허기까지임을이 영화는 깨닫게 한다.
덴마크 바닷가 작은 마을에 필립파와 마티나라는 자매가 신앙심 깊은 목사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아버지는 인간의 사랑과 결혼을 허황된 꿈으로여겼으며,오로지 금욕적이고 검소한 생활을 통해서 삶을 깨끗하고맑게하는것이 신의 가르침이라 믿었다.마티나에 연정을 느낀 왕실 근위대의 로한스대위나 필립파에 홀딱 반한 파리의 오페라가수 아실 파판은휴양차 들른 이바닷가 마을에서 사랑의 가슴앓이를 하다가 쓸쓸히 떠나간다.
세월이 흐른 뒤 어느날 아실 파판의 편지를 지닌 파리의 여인 바베트가찾아온다. 프랑스 혁명의 와중에서 가족과 재산을 깡그리 잃고 파리를 탈출해온 바베트는 두 자매의 하녀되기를 간청한다. 밝고 성실한 바베트는 마을 사람들의 아낌을 받지만,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목사가 죽고나서부터 신앙과 화목으로 가득찼던 마을 분위기가 깨지기 시작한다. 시기와 다툼이일어나고 거짓과 술수가 횡행한다.
이를 안타까이 여긴 두 자매, 이미 노년에 이른 필립파와 마티나는 목사인아버지의 탄신 1백주년을 맞아 마을 사람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사랑과 화해를 회복하고자 한다.한편 바베트는 1만 프랑의 복권이 당첨되어,자신이 만든 프랑스 정식 요리로 마을 사람들을 대접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바베트는 파리 최고의 까페 앙글레의 요리장이었다. 『그 요리장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사랑이 식은 사람에게 요리로 사랑을 심어준다』는 전설적인 평판을 들을 만큼 예술적인 요리솜씨를 지닌 인물이었다. 마을 사람들은그녀의 만찬에 초대되어 지상에서 가장 훌륭한 음식을 들며 저마다 마음속의어둠을 털어낸다.사랑과 은총이 하나임을 깨닫고, 엄격한 금욕의계율보다도사랑이 그들을 하나되게 함을 느낀다.
자신의 최선을 다해 만든 한끼의 만찬에 당첨금 전액을 다 써버리고 다시빈털터리가 된 바베트지만, 그녀는 단지 마을사람 12명에게만 만찬을베푼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수백만 관객 모두에게 사랑의 만찬을 즐기게 한 셈이다.
<박상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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